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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토속주 맛 어때요?" 유래와 효과

중앙일보

입력

바야흐로 세계적 명사들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문화 월드컵.비즈니스 월드컵을 외치며 거리.숙박업소 단장, 관광코스 개발 등 온 정성을 다해 손님맞이 채비를 해왔다.

이제 최종 점검을 해보자. 내고장에선 그들에게 뭘 내놓을까. 그들의 선물 보따리에 뭘 챙겨 넣어줄까.

이 참에 댓잎.솔순.산딸기.당귀 등으로 정성껏 빚은 약주 한병 골라 그들이 한국의 정취에 흠뻑 취해 돌아가도록 해봄은 어떨지….

한국 토속주 가운데 하나쯤 세계적 명주(名酒) 반열에 올려놓을 기회가 아닌가.

#지리산 솔송주

한 모금을 넘기면 시원한 솔바람이 부는 듯 목이 확 트이는 술이다.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맛과 은은한 솔향이 미각과 후각을 자극한다.

이 술은 경남 함양군 지곡면 개평리 하동 鄭씨 문헌공(文獻公)파 종가에서 비법으로 전해지는 전통주.

조선 정종의 손녀인 완산 李씨가 세조 11년(1465년) 성리학의 대가인 문헌공 정여창(鄭汝昌)선생에게 시집와 집안의 대소사 및 과객접대 때 빚기 시작했으며 성종에게 진상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6년 16대 며느리인 박흥선(49)씨가 주조 허가를 받아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솔송주는 찹쌀로 죽을 끓여 밑술을 만든다. 이를 3~4일쯤 발효시킨 뒤 이른 봄 지리산 자락에 자생하는 토종 소나무에서 채취한 솔잎.솔순과 엿기름을 넣어 한달쯤 숙성시킨다.

술을 거른 뒤 온도가 섭씨 3~4도쯤 되는 광으로 옮겨 재숙성 시킨다. 두달 정도 지나 창호지로 걸러내면 약주가 된다.

솔송주는 콜레스테롤을 분해시키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콜도수 13도와 40도 두 종류. 가격은 4천~4만원으로 우편판매도 한다. 055-963-8992.

#청학동 불로 신선주

도인촌으로 불리는 지리산 청학동 주민들이 신선을 꿈꾸며 마시는 술이다.

오미자.구기자.당귀.오갈피.천궁 등 20여가지 야생 약초 뿌리와 벌집에 청주를 넣어 만든다. 약초의 향이 은은하며 입안에서 톡쏘는 맛이 일품이다.

한국전쟁 직후 충남 논산에서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청학동으로 주민들을 이끌고 이주해 온 이 마을 서계용(85) 옛 촌장집에서 손님 접대용으로 조금씩 만들어 온 술이다.

청학동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1970년대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은 촌장집 뒤편 땅 속에 묻은 장독에서 퍼온 술맛을 잊지 못한다.

지금은 서촌장집에서 비법을 배운 청학동 10여 가구가 신선주를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팔고 있다.

신경통.기관지 천식 등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로 노인층의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냉장보관을 해도 보존기간이 6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흠이다.

가격은 2ℓ짜리 한병에 3만원선.055-882-7474.

#담양 대잎술(竹葉酒)

대나무골 담양에는 예부터 대잎술을 빚는 풍습이 있었다.

한 여름에 밥이 쉬자 하인이 대밭에 밥을 버리고 주인이 볼까 댓잎으로 덮어버렸다.

며칠 뒤 야릇한 향기가 풍겨 댓잎을 들춰보니 밥이 보글 보글 끓고 그 안에 향긋한 술이 담겨 있었다는 것.

이같은 유래로 구전되던 대잎술을 상품화한 사람은 양대수(47.추성고을 대표)씨.

집안에 내려오던 가양주 비법을 배워 1989년 담양 전통주 추성주를 재현, 농림부로부터 한국전통식품 명인(22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梁씨는 2000년 추성주 발효과정에서 대나무 잎 색깔이 선명하게 살아있는 것을 보고 증류과정을 생략한 채 숙성시켜 댓잎의 초록빛깔이 유지되도록 제조해 냈다.

찹쌀과 현미에다 대나무 잎을 주원료로 솔잎.대추.구기자 등을 첨가,마시기가 부드럽고 뒤끝이 깨끗하다.

알콜도수 12~15%. 대나무 통에 술을 담은 새 상품을 다음달 중 내놓을 계획이다.

梁씨는 "댓잎은 열을 내리는 데 효능이 있고 고혈압.노화방지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대잎술은 댓잎의 효과와 함께 초록 빛깔만으로도 대나무 잎의 싱싱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대나무 모양의 술병에 3백20㎖(2천2백원).7백㎖(6천원)짜리 등이 나와 있다. 061-382-2830.

#선운산 복분자주(覆盆子酒)

요강을 뒤엎을 정도로 정력이 세진다는 술로 알려져 유명해지고 있다. 1999년 현대 정주영 회장이 역사적인 방북길에 올라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에게 선물로 내놓은 술이기도 하다.

전북 고창의 선운산 지역에서 자라는 복분자 열매를 6~7월에 채취해 발효시켜 만든다.

전통적으로는 복분자 열매를 옹기그릇에 넣어 밀봉해 2~3년 지난 뒤 개봉했지만 지금은 저온 탱크에서 발효(3개월).숙성(6개월)등 과정으로 9개월을 묵힌다.

복분자에 구연산.사과산.당분.섬유질.화분 등 성분이 있어 남자에게는 강장제로,여자에게는 불임증에 약효가 있다고 한다.신경쇠약으로 인한 시력감퇴.야맹증 환자에게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제대로 숙성된 술 빛깔은 아침에 핀 해당화처럼 맑고 빨갛다. 알콜 도수가 16~18도로 낮아 여성들도 부담이 없으며 속쓰림이나 두통 등 뒤끝이 없어 인기가 높다.

이 복분자술은 2000년 한국전통식품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의 공식 연회주로 선정돼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희석시킨 3백60㎖ 5천5백원,도자기에 든 5백㎖짜리 원액은 3만원.063-561-0209.

#가야곡 왕주

국가지정 명인 제13호인 남상란(51)여사가 빚는 전통 민속주인 가야곡 왕주는 물 좋기로 유명한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청정지역의 지하 1백50m에서 나오는 암반수로 빚는 약주다.

조선시대 태종.숙종.고종의 왕비를 배출했던 여흥(麗興.현재의 경기도 여주) 민(閔)씨 일가에서 대대로 빚어 왕실에 진상했던 전통있는 술이다.

현재는 서울 종묘대제(宗廟大祭.조선 역대제왕들의 신위를 모시는 행사)에서 쓰는 제삿술로 지정돼 있다.

찹쌀.야생국화.구기자.참솔잎 등을 알맞게 섞어 저온에서 1백일간 숙성시켜 완전히 익은 술을 증류,전통소주처럼 내린 뒤 매실과 천연벌꿀을 넣고 다시 1백일간 숙성시키면 은은하면서도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왕주가 탄생된다. 알콜 농도는 소주와 맥주의 중간 정도인 13도.

숙성기간이 길기 때문에 마신 뒤 두통이나 숙취가 없다.

엿기름과 국화가 들어가 첫잔을 마실 때 거부감이 없으며,저온살균 처리과정을 거쳐 1년간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이 술의 장점이다.

찹쌀과 누룩만 섞어 만드는 탁주인 뻑뻑주(알콜농도 7도)도 서민들에게 인기가 있다.

소비자 가격은 2천5백(3백75㎖)~1만원(9백㎖). 041-741-8353.홈페이지는 (www.gayagok.co.kr)

#서석 옥선주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서 생산되는 옥선주(玉鮮酎)는 효자 가문의 술이다. 지금으로부터 1백여년 전 괴질을 앓는 어버이를 모신 선비가 있었다.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흐르는 피와 허벅지 살을 베어 봉양해 부모가 장수하니 나랏님이 이를 알고 정3품 벼슬을 내린 것은 고종 38년(1901년)년이었다.

선비 이용필은 보답으로 임금님께 가주(家酒)인 약소주를 진상하고 부인의 이름을 따서 옥선주라 이름붙였다.

그의 증손자 이한영(작고)씨는 집안 대대로 이어져온 술의 제조기법을 현대화, 1994년 전통식품 명인 제3호로 지정받아 일반인들도 음미할 수 있도록 세상에 내놓았다.

옥선주는 알콜농도 40%의 증류식 순곡주로 여린 연갈색 빛깔을 띠고 있으며 화사한 맛, 청량한 향기를 지녔다.

옥선주는 우선 홍천산 옥수수와 쌀을 3대1 비율로 섞어 밑술을 만들고 2차로 옥수수 엿물을 넣어 증류한후 갈근과 당귀를 첨가해 숙성시킨 술.

뒷맛이 깨끗하고 급체.숙취.피로회복과 혈액순환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체에 유익한 발효세균을 이용한 옥선주는 국내 유일의 옥수수 증류주로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1지역 1명품'으로 선정됐으며 일본에도 소량씩 수출되고 있다.

도자기병으로 포장돼 여름에도 그늘에 두면 시원하게 음미할 수 있다.033-433-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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