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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 썼던 항소이유서 거의 베낀 전관 변호사…法 “수임료 일부 반환해야”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뉴스1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뉴스1

의뢰인이 썼던 항소이유서와 별반 다르지 않게 표현만 일부 수정한 정도로 상고이유서로 내는 등 변호 활동을 성실히 하지 않았다면 변호사가 수임료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부장 정우정)은 의뢰인이 A변호사를 상대로 낸 변호사 수임료 반환 소송에서 “의뢰인에게 보수액의 40%인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의뢰인은 2011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아 상고했다. 이때 의뢰인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인 A변호사(사법연수원 14기)를 새로 선임하고 보수 2000만원을 지급했다.

의뢰인은 이후 A변호사가 대법원에 제출하려는 상고이유서의 초안을 확인한 결과, 자신이 항소심 때 썼던 항소이유서와 자구(字句) 하나 달라진 것 없이 복사하여 붙인 것 같은 내용을 발견했다.

이에 의뢰인은 A변호사에게 보수 반환을 요구했고, 대법원에 변호인 해임서를 제출했다. 그러던 사이 A변호사는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이후 A변호사는 전체 보수금 중 400만원을 돌려줬지만, 의뢰인은 나머지 보수금 1600만원도 돌려달라며 지난해 3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가 받은 변호사 보수액은 신의성실의 원칙 내지 형평의 관념에 비춰 과다하다”며 “보수액 중 400만원을 추가로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2000만원의 40%인 800만원이기 때문에 아직 돌려주지 않은 4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의미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가 변호인 해임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몇 차례 원고를 면회하고 상고이유서를 제출한 것 외에 별다른 소송 수행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변호사는 몇 차례 원고를 면회하고 상고이유서를 제출한 것 외에 별다른 소송 수행을 하지 않았다”며 “상고이유서는 몇 개의 대법원 판결 요지가 간략히 적혀 있지만, 전체적으로 항소이유서에서 표현만 일부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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