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출혈열바이러스 이용 생물테러 경고

중앙일보

입력

에볼라 바이러스 등 치사율이 매우 높 은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물학 테러의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 고 미국 생물학전 전문가들이 8일 밝혔다.

미국의 군과 정부 기관, 대학 소속 의사와 보건전문가들로 구성된 `생물학전 방어 실무단(WGCB)'은 미국의학협회지(JAMA) 최신호에 기고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의료진을 위한 생물학무기 감염증 대응 지침을 제시했다.

WGCB는 이 보고서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등 이른바 출혈열 바이러스들은 감염 초기 증상이 평범한데다 백신이나 공인된 치료약이 없는 반면 이환율이나 치사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테러 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의사들도 의학서적에서나 읽어봤을 정도로 흔하지 않지만 이미 옛 소련과 미국이 이들을 이용한 무기를 만든 바 있으며 9.11테러 이후 탄저균 우편물 사건에서 보듯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같은 테러가 일어날 경우 대량의 환자 및 사망자 발생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WGCB는 강조했다.

WGCB는 생물학 테러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출혈열 바이러스로 에볼라, 마르부르크, 황열, 라사열, 리프트 밸리 열, 캬샤누르 숲 질병, 오른스크 출혈열, 뉴 월드 아레나 바이러스 등 8종을 꼽았다.

출혈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초기 2일-21일 간에는 고열과 안면 홍조, 두통, 무기력증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 급격히 병세가 악화돼 피부 땀샘이나 입과 항문 등 인체의 각종 구멍들을 통해 피를 흘리다 대부분 사망한다.

이번 보고서의 대표 저자로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민간 생물학전 방어 전략센터 소속인 루시아나 보리오 박사는 대부분 의료 전문가들도 이러한 바이러스에 익숙하지 않아 신속한 진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면서 다만 신중하고 수준높은 진료를 통해 치사율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WGBC는 지침에서 의료진이 이같은 바이러스 감염환자를 치료할 때 환자의 체온과 혈압을 내리고 필요할 경우 호흡보조기와 항발작 약물을 사용하라고 권장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일은 환자가 독감에 걸린 것이 아닌 출혈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혈액 등 가검물을 채취, 연방 연구소등에 보내 검사를 의뢰하는 것이다.

감염자로 추정되는 경우 입원시킨 뒤 다른 환자들과 격리시켜야 한다. 환자의 체액 등 분비물의 전염성이 매우 강하므로 의료진도 두꺼운 얼굴 마스크와 보호안경, 이중 장갑과 액체가 투과되지 않는 의료용 가운 등을 착용해야 한다.

이번 지침은 WGCB가 발표한 제6차 생물학무기 대응 지침이며 이전 지침에서는 탄저균, 천연두, 흑사병 등이 다뤄졌다. (워싱턴.시카고.볼티모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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