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간판타자 김태균(38)이 끝내 눈물을 흘리며 20년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2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현역 은퇴 기자회견에 앞서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으며 복받치는 감정을 눌렀다.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어렵게 마음을 다잡고 은퇴사를 시작한 그는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게 평생 한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 다시 한 번 눈물을 쏟았다. 기자회견에는 정민철 한화 단장,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 한화 주장 이용규가 참석해 김태균에게 은퇴 기념 꽃다발을 전했다.
김태균은 "먼저 20년 동안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신 한화 팬 여러분께 정말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항상 우리 선수들한테 도전 정신을 일깨워주신 구단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님께 감사하다. 일일이 호명하지 못해 죄송하지만, 신인 시절부터 나를 잘 보살펴주신 한화 감독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또 "내가 힘들 때 항상 최선의 경기력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신 여러 코치님께도 감사하다. 또 나와 함께 땀 흘리고 모든 것을 함께했던 선수들도 정말 고마웠다. 앞으로도 한화가 강팀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 어릴 때부터 모든 것을 희생해주신 부모님,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태균은 2001년 한화에 입단한 뒤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2010·11년) 시절을 제외한 전 시즌을 한 팀에서만 뛰었다. 입단 첫해 신인왕에 올랐고, 국가대표 4번 타자로도 활약했다. 프로 통산 2014경기에 출전해 통산 안타 3위(2209안타), 루타 4위(3557루타), 출루율 2위(0.421), 타율 5위(0.320), 홈런 공동 11위(311개)를 비롯한 족적을 남겼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1년 총액 10억원에 계약했지만, 부상과 부진이 겹쳐 67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결국 김태균은 21일 구단을 통해 "이글스의 미래를 이끌어 갈 후배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은퇴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태균은 "나는 충남 천안 출신이라 항상 한화 야구를 보면서 운동을 열심히 해왔다. 이 팀에 입단해 잘하고 싶은 목표와 꿈을 갖고 자라왔다. 그 꿈을 이룬 팀이 한화였다. 한화 선수여서 너무 행복했다. 한화는 나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이었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뛴 것도 굉장한 영광이었다. 이제 이 유니폼을 벗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김태균은 이어 "언제나 항상 '팬들에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팬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인터뷰하면서 희망을 드렸는데, 그 약속을 한 번도 지키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또 한 번 눈물을 쏟았다.
또 "내 남은 인생에서 평생의 한으로 남을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좋은 후배들이 내 한을 풀어줄 것이다. 우리 팀에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많이 보여서 머지않아 강팀이 될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됐다. 후배들이 내 꿈을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물러난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태균의 은퇴식은 올해가 아닌, 내년 시즌에 열린다. 한화는 "코로나19 여파로 관중 입장이 제한적이라 김태균의 은퇴식을 미루기로 했다.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의 은퇴에 최고 예우를 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다양한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화는 또 "구단과 팬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는 김태균의 뜻을 반영해 그를 '스페셜 어시스턴트'로 위촉할 예정이다. 김태균은 내년 시즌 단장 보좌 어드바이저 역할을 맡아 팀 내 주요 전력 관련 회의와 해외 훈련에 참여하게 된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