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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역사 경기도, 남과 북으로 분리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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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모란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모란 사회2팀 기자

최모란 사회2팀 기자

경기도의 기원은 고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제8대 왕인 현종이 1018년 ‘왕이 거주하는 땅 주변’이라는 의미로 ‘경기(京畿)’라고 부른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수도 인근, 대한민국 중서부에 위치한 이 땅은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경기도’로 불렸다.

그런데 요즘 이런 경기도를 한강을 기준으로 ‘남도’와 ‘북도’로 분리하자는 말이 나온다. 이른바 ‘분도(分道)’다.

지난 19~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현안 중 하나도 ‘분도’였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질문을 쏟아냈다. 사실 경기도 분도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1987년 제13대 대선 이후 각종 선거 때마다 단골로 나왔던 공약이다. 그러나 북부지역의 표를 얻기 위한 ‘입에 발린 말’로만 치부됐을 뿐, 정작 국회 등에선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철(의정부을) 의원이 여야 의원 50명과 함께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경기도의회에서도 ‘경기 북부지역의 조속한 분도 시행 촉구 결의안’이 상임위원회인 안전행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만 남겨두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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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조사 반응도 심상치 않다. 김 의원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경기도민 1500명(남부 1061명, 북부 439명)을 대상으로 ‘경기북도 설치’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찬성(46.3%)이 반대(33.2%)보다 훨씬 많았다.

그렇다면 분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왜 갑자기 커진 걸까. 김 의원은 “모든 분야에서 남부와 북부가 많은 격차가 난다”며 지역 발전 불균형을 이유로 꼽았다. 경기 남부와 북부는 각각 5925㎢와 4267㎢로 면적은 엇비슷하지만, 개발 속도는 다르다. 남부 지역이 기업 유치나 철도·도로망 확장 등으로 개발 호재가 이어진다면 북부는 군사접경지역·개발제한구역 등 각종 규제로 낙후되고 있다. 이로 인해 북부의 재정자립도는 남부지역(42.9%)의 절반 수준인 28.2%다.

경기도는 분도엔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재명 지사는 “북부가 저발전 하는 것은 군사규제나 수도권규제 때문이고 분도해도 규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재정적으로 나빠질 게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론 분도 해야겠지만, 산업유치나 소득수준 향상 등 근본적으로 도민 삶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논의돼야지, 자리 만들기 등이 목적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찬성도, 반대도 모두 이해가 간다. 하지만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부산·울산·경남, 대전·세종 등이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행정구역 통합을 논의하는 상황인데, 1000년 역사를 지닌 경기도는 오히려 갈라서겠다고 하니 지역 토박이 입장에선 어쩐지 씁쓸하다.

최모란 사회2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