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해 되돌아 오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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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서는 오래 전 박멸된 것으로 알려진 백일해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유럽 임상미생물-감염질환 학술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학자들은 미국,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백일해가 다시 유행하고 있으며 미국은 1996년 7천796명의 백일해 환자가 발생, 1967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일해가 청소년, 성인, 노인 등 연령층을 가리지 않고 번지고 있으며, 자신이 백일해에 감염된지 모르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백일해균을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백일해 백신 효력이 평생 가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백일해균에 감염된 성인들이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어린이들을 감염시키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독일 뒤셀도르프대학 보건의학연구소장 칼 폰 쾨니히 박사는 백일해 백신 효력이 15년 또는 그 보다 더 빨리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의 니콜 기소 박사는 프랑스의 경우 2-8세 연령층에서는 백일해 환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백신 효력을 8년 정도로 잡고 11세에 추가접종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나라는 생후 1, 2, 3개월에 각각 백일해 백신을 접종하고 생후 15개월에 한 차례 추가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폰 쾨니히 박사는 백일해가 다시 유행하고 있는데도 실상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있다면서 기침이 오래 계속되는 성인 중 20-30%는 백일해 환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캐나다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백일해 백신 접종률이 높은데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백일해균이 과거의 것과는 다르다는 연구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1996-97년 네덜란드에서 발견된 백일해균은 백일해 백신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백일해균과 종류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캐나다에서도 신종 백일해균이 나타나고 있다.

백일해가 다시 유행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 사용중인 백신에 내성이 생긴 새로운 백일해균이 일부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학설도 있다.

백일해는 성인들에게는 증세가 약하게 나타나지만 어린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이다. 백일해 백신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40년대이지만 아직도 백신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백일해가 어린이의 주요 사망원인이 되고 있다. 매년 5천100만명이 발병해 6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밀라노 < 이탈리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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