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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젖병서 미세플라스틱 검출…"물 뜨거울수록 크게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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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프로필렌(PP)이 함유된 유아용 젖병이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젖병을 소독하거나 유동식(액상 음식물)을 만들 때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미세플라스틱 방출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 따르면 더블린 트리니티대학(TCD) 공학부의 리둔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세계보건기구(WHO) 지침에 맞춰 유아 유동식을 만드는 도중 PP 젖병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양을 분석하고 48개 국가·지역의 12개월 유아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정도를 측정해 발표했다.

연구는 세계 유아 젖병 시장의 68.8%를 차지하는 10개 회사 제품을 대상으로 유동식 표준 준비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세척한 새 젖병을 95도 탈이온수(deionized water)에 5분간 담궈 소독해 말린 뒤 70도 탈이온수를 넣고 60초간 흔들었다. 이후 젖병의 물을 식힌 뒤 금으로 코팅된 0.8㎛(1㎛=0.001㎜)필터로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냈다.

그 결과 70도 물에 노출된 젖병에서 리터당 130만개에서 최대 1620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물의 온도를 95도로 높인 경우 미세플라스틱 방출량은 리터당 5500만개까지 늘어났다. 반면 국제 표준 지침보다 훨씬 낮은 25도 물에 노출됐을 때는 미세플라스틱 양이 60만개에 그쳤다. 젖병 안의 액체 온도가 높을수록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나온 것이다.

연구팀은 12개월 유아의 평균 미세플라스틱 흡입량이 매일 158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48개 국가·지역의 분유 이용량과 모유 수유율, PP 젖병이 방출하는 미세플라스틱 양과 젖병 제품별 시장점유율 등을 분석한 결과다. 유럽이 261만개에 달했으며 북미는 228만개, 오세아니아는 210만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팀은 PP 젖병의 미세플라스틱 방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내놨다. 젖병 소독 시에는 유리나 스테인리스 주전자 등을 통해 끓인 물을 상온에서 식혀 사용한다. 유동식은 비플라스틱 용기에서 제조하고 상온에 일정 시간 둔 뒤 젖병에 옮기는 게 좋다. 피해야 할 행위는 유동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데우기, 유동식을 젖병에 넣고 흔들기, 음파를 이용해 젖병 세척하기 등이다.

논문 공동 저자인 TCD 화학과의 존 볼랜드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유아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에 대해 충분한 정보가 없어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부모들이 지나치게 놀라지 않길 바란다"면서도 "하지만 정책결정자들에게는 플라스틱 젖병을 사용해 유동식을 준비하는 지침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같은 대학의 샤오리원 교수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중요한 오염원으로 우리 옆에 훨씬 더 가까이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며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을 시급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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