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 장례지도사, 대전을지대병원 강유리씨

중앙일보

입력

"할머니, 이제 입관할 시간입니다."

대전 을지대학병원의 장례지도사 姜유리(22.대전시 중구 목동)씨는 염습(殮襲.시신을 씻기고 수의를 입혀 관에 모시는 일)을 마치고 미소 띤 얼굴로 고인(故人)에게 마지막 인사말을 건넨다.

큰 눈에 앳된 姜씨가 죽은 사람의 몸을 다룬다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그는 염습과 장례 상담.시신의 위생처리.발인 등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姜씨는 "유가족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시신의 상처나 멍 자국을 없애고 화장하는 일에 특히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출신인 그는 지난해 12월 이 병원에 취직, 수습기간을 거쳐 이달 초 본격적으로 시신을 다루기 시작했다.

그가 시신 한구를 닦고 염습까지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 고참 장례지도사 못지 않게 능숙한 솜씨로 하루에 3~4구를 처리한다.

그가 장례지도사가 되기로 결심한 데는 부친 강봉선(53)씨의 영향이 컸다.

한 종합병원 직원인 부친은 20년 전부터 고아원이나 생활이 어려운 환자들의 집을 찾아가 돕는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아버지처럼 살겠다고 줄곧 생각했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을 하면 보람도 클 것 같았죠."

姜씨는 2년 전 서울보건대 장례지도과에 입학했다. 그가 이 직업을 택한 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무섭지 않으냐"는 것이다.

그는 "시신에 말을 하면서 염습하다보면 제가 아는 분 같아 무섭다는 생각이 안들어요. 그런 걸로 봐서는 제 적성에 딱 맞는 일 같아요"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