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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감기처럼 병이 든 것뿐이예요~

중앙일보

입력

'편견없는 사회, 정신장애인의 꿈입니다'

이번 주는 2002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지정한 정신보건 주간. 또한 4월 4일은 '정신건강의 날'이다.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편견없는 사회, 정신장애인의 꿈입니다'라는 주제로 각종 행사가 펼쳐진다.

정신병만큼 편견이 심한 질환도 드물다. 방화나 살인사건등 사회범죄가 발생하면 바로 정신질환자를 의심하기 일쑤다. 전문의들은 정신질환이 뇌에 생긴 병일 뿐, 다른 질병처럼 완치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들에게 적극적인 치료와 재활을 권유한다.

일반인이 정신질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상식과 재활을 위한 가이드를 들어본다.

● 정신병은 드문 질환이다

단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정신병은 흔한 질환이다.

작년 복지부 '정신질환실태역학조사'에 의하면 국민 3명중 1명 일생중 정신질환 경험 한다고 한다.
알코올중독 6명중 1명, 니코틴중독 10명중 1명등 우리 국민의 정신질환 평생유병률(평생 한번 이상 이환되는 비율)은 31.4%이고, 성별로는 남성(38.7%)이 여성(23.9%)의 1.6배였다.

▲우울증 등 기분장애 4.8%(남 2.3%, 여 7.5%) ▲공황장애 등 불안장애 9.1%(남 4.8%, 여 13.5%) ▲건강염려증 등 신체형장애 1%(남 0.4%, 여 1.7%) ▲정신분열증 등 정신병적장애 1.1%(남 0.8%, 여 1.4%) ▲신경성 대식증 등 섭식장애0.07%의 평생유병률을 보였다.

●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

정신질환자에게서 난폭한 범죄를 연상하는 것은 범죄영화가 빚어낸 대표적 편견이다.

살인 등 범죄는 망상에 시달리는 일부 정신분열병 환자에게 충동적으로 나타날 뿐 고도의 지능이 요구되는 치밀한 범죄는 찾아볼 수 없다.

한양대의대 정신과 양병환교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 인구의 절반 이하로 나타난다" 며 "불안에 떨고 있는 정신질환자는 오히려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약자" 라고 강조했다.

● 정신병은 부끄러운 질환이다

감기가 기관지에 생긴 병이라면 정신병은 뇌에 생긴 병일 뿐이다. 오히려 감기처럼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해악도 훨씬 덜하다.

부모들의 그릇된 죄의식도 문제다. 서울중앙병원 정신과 김창윤교수는 "많은 부모들이 어릴 때 가정환경이 나쁘거나 교육이 잘못돼 자녀에게 정신병이 생긴다고 믿고 있다" 고 지적했다.

현대의학은 대부분의 정신질환을 후천적 환경보다 뇌의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정신병은 치료가 어렵다

효과적인 신약의 잇단 등장으로 정신분열병 등 난치성 정신질환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정신병〓난치병´ 은 옛말이란 것. 김교수는 "약물치료를 받을 경우 정신분열병 환자 4명중 3명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정신질환 역시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감추고 쉬쉬하며 치료를 게을리하다 증상이 악화될 경우 약물치료를 받아도 치료성적이 나빠지기 때문. 망상이나 환청 등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의사를 찾는 것이 좋다.

● 정신과 약은 중독성이 있다

정신과 약은 먹으면 바보가 된다거나 그 자체가 중독성이 있어 평생 못 끊는다는 등 약에 대한 오해도 유난히 심하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실제 이전에 주로 사용했던 정신과 약물은 눈에 초점이 없어지고 침을 흘리는 등 신경계통의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중독성을 갖게 하는 약이 많았다" 고 설명한다.

따라서 오래 전에 정신과 환자가 치료받는 것을 본 사람은 정신과 약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진다. 그러나 최근엔 이런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을 사용한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듯 심한 정신분열증도 평생 약으로 증상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정신과 약 자체가 내성(耐性)이나 중독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 정신질환 치료의 가장 큰 걸림돌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는 것'

정신질환은 마음의 병이 아니라 뇌를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여러 물질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뇌질환이다.

따라서 다른 병처럼 조기진단.조기치료가 최선책이다. 약물치료가 주된 치료법인데 치료를 늦게 받을수록 뇌 손상이 심해져 치료 효과는 떨어진다.

지역별 정신보건센터나 보건소를 찾아가 상담하는 게 우선 필요하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주변에서 볼 때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물론 스스로 일상생활을 하기가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은 즉시 정신과 진찰을 받아야 한다" 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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