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정신건강] 아이가 아빠 돈을 훔쳤어요

중앙일보

입력

"초등학교 5학년 된 아들이 얼마 전 아빠 지갑에서 돈을 훔쳤어요. 저로선 상상도 못했던 일이에요. 어쩌면 좋아요?"

수심에 가득 찬 어머니의 걱정입니다. 아들은 2학년 때부터 간혹 거짓말을 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돈을 훔쳐 너무 당황했다고 합니다.

물건이나 돈을 훔치는 일은 어린 아이 때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합니다. 아이가 내 것, 네 것을 구분하기 전까지는 가볍게 훔치는 일을 병적으로 보지 않아도 됩니다.

자라는 과정 중 어느 시점에서 간혹 이런 행동을 보일 수 있는데, 이때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합니다.

부모들은 아이가 도둑질 했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될까 두려워 어떤 방법으로라도 막아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앞뒤 가리지 않고 벌을 주거나 야단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당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도둑질이라는 행위 자체에만 매달려 문제 삼는다면 부모와 아이의 신뢰가 생기기 힘듭니다. 오히려 아이의 나쁜 행동이 강화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 행동의 의미를 생각해보고,아이의 생각이나 정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해 주려는 부모의 배려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행동 조절이 안되거나,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이 없어 아무렇지 않게 훔칠 수 있습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 반항하듯 훔치는 수도 있습니다. 정서적으로 불안이나 우울증이 있을 때도 짜증.저항과 더불어 도둑질.거짓말 등을 하기도 합니다.

사랑과 관심이 부족한 아이에겐 도둑질이 '사랑을 훔치는 행위'라는 심리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훔치는 행동은 자극적이고 도전적인 측면이 있어서 상대방에게 큰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아이들의 훔치는 행동 이면에는 복잡한 문제가 깔려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지속적으로 도벽 증상을 보이고 정도가 심해지는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담한 후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김동현 신경정신과 원장<kimdhnp@unitel.co.kr>

◇질문은 생활레저부 팩스(02-751-5626)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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