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계 '무늬만 물갈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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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다음달 실시되는 총선거를 앞두고 일본 정계의 물갈이가 상당폭 이뤄질 전망이다. 나이든 정치인들이 잇따라 은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들.사위 등 가족이 세습하는 경우가 많아 '무늬만 물갈이'란 비판도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10일 단행될 예정인 중의원 해산을 앞두고 40여명이 정계 은퇴를 선언했거나 고려하고 있다.

자민당의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전 간사장.에토 다카미(江藤隆美)전 총무청장관.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전 재무상과 후와 데쓰조(不破哲三) 전 공산당수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1990년대 호소카와(細川) 정권 수립 등 정계 개편의 중심인물로 활약했던 이치가와 유이치(市川雄一) 공명당 의원도 물러난다.

정당별로는 자민당이 23명으로 가장 많고 민주당 7명, 공산당 6명, 공명당 3명 등이다.

특히 자민당은 세대교체로 당의 이미지를 보다 젊게 가져가려고 이번 중의원 총선거부터 비례대표 후보에 대해 '73세 정년제'를 도입했다. 해당자는 13명이다. 이 가운데 은퇴를 선언한 사람은 7명이어서 은퇴 정치인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자민당 은퇴 의원의 경우 10여명은 아들.사위 등이 지역구를 물려받기로 해 자민당 내부와 지역에선 비판도 적지 않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8일 "일부 의원들이 국회 해산일 직전에 은퇴 의사를 밝히는 데 대해 자민당 내 젊은 의원들 사이에 '가족 이외의 제3자가 자신의 지역구에서 출마할 시간적 여유를 최대한 주지 않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자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7일부터 지역구 공천 후보 선정작업에 착수했지만, 에토 전 총무청장관의 장남이 출마하는 미야자키(宮崎)2구 등 2개 지역은 공천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역 내 반발이 커 공천 없이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르게 한 후 당선자가 원할 경우 추후에 자민당 공천 후보로 추인하는 방법을 쓸 계획이다.

일본에서 세습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것은 자민당 중.참의원 3백50여명의 4분1 이상이 세습 의원일 정도로 일본에서는 의원세습의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관방장관.아베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 등 주요 요직의 상당수는 2세, 3세 정치인들이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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