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열지 않고 뇌졸중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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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중풍)은 단일 질환으로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여준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매년 인구 10만명당 72.9명이 뇌졸중으로 숨진다. 심장질환 39.1명의 두 배에 가깝다.

같은 혈관질환이지만 심장질환보다 사망률이 높은 것은 뇌세포의 괴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 혈액이 불과 30초만 공급되지 않아도 의식을 잃고, 5분 정도 이 상태가 계속되면 뇌세포는 회생할 수 없는 손상을 입는다.

최근 국내에 뿌리를 내리는 뇌혈관 성형술은 뇌졸중을 근본적으로 예방.치료한다는 점에서 신경외과 분야의 최첨단 학문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아시아권에서 가장 많은 뇌혈관 성형술 횟수를 기록하고, 이 수술을 보급하고 있는 부천성가병원 백민우(가톨릭의대 신경외과 교수)원장으로부터 뇌혈관 성형술의 원리와 전망을 들어본다.

◇뇌졸중 왜 생기나=원인은 크게 두 가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지방과 같은 찌꺼기가 혈관에 침착하면서 불행은 시작된다.

노폐물이 쌓인 자리에 혈관이 찢어지면서 출혈이 생기고, 그 결과 궤양이 생겨 이곳에 혈전(血栓)이라는 응고된 핏덩어리가 만들어진다.

혈전은 그 자리에 있든,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든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폭약과 같다. 좁거나 굽은 혈관, 혈관이 갈라지는 지점에 걸리면서 혈류를 차단, 뇌경색을 일으킨다.

반면 출혈성 뇌졸중은 낡은 수도관이 터지듯 탄력성을 잃은 혈관의 일부가 혈압을 이기지 못해 파열되는 것을 말한다.

통계에 의하면 뇌경색에 의한 뇌졸중이 48.8%로 뇌출혈 31.4%, 뇌동맥 기형 20.2%보다 훨씬 많다.

◇뇌혈관 성형술이란=뇌경색을 치료하는 수술법이다. 심장의 관상(管狀)동맥이 동맥경화로 좁아졌을 때 받는 수술과 원리가 같다. 예컨대 수도관이 낡아 무너져 내린 것을 새 것으로 교체해주는 식이다.

이 수술의 장점은 뇌를 열지 않고 카데터(도관)만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

사타구니 동맥으로 볼펜 심 만한 도관을 경부 동맥(목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혈관)까지 올려보낸 뒤 이 구멍을 통해 다시 철사 굵기의 선을 막힌 혈관까지 집어넣는다.

이 철선 끝에는 접힌 풍선과 그물망이 달려 있어 막힌 혈관에 도달한 뒤 풍선으로 부풀려 혈관을 넓히고 그물망을 설치한다.

백원장은 198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1백43건의 혈관 성형술을 기록했다. 이중에는 뇌 속 깊숙이 발생한 내경 및 추경 동맥 협착 등 난이도 높은 수술이 59건 있었다.

백원장은 "환자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혈관의 재협착률이 17.6%선으로 심장수술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수술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그의 성적은 올 9월 일본 교토에서 개최되는 국제뇌혈관외과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어떤 환자에게 시술하나=대상자는 항(抗)혈전 약물로 치료가 불가능한 일과성 뇌 허혈 환자들. 일과성 뇌 허혈은 혈관이 막혀가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혈액 공급이 줄어들면서 언어 장애.한쪽 마비.시야 장애.두통 등이 잠깐씩 나타났다 사라진다. 때론 손에 힘이 없어 수저를 떨어뜨리거나 현기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뇌 허혈증은 시한폭탄과 같아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뇌졸중으로 이어진다.

백원장은 "뇌경색 환자의 궁극적인 치료는 뇌혈관 성형술"이라며 "수술 방법과 기구의 발전으로 앞으로는 이 수술이 보편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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