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국가과제] 7. 잿빛도시 숨통 트자(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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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장 굴뚝에서 어떤 유해물질이 얼마나 배출되는지도 모르는 실정이다. 당연히 정확한 대책이 나오기 어렵다.

연세대 정용 교수는 "미국에선 정보수집법(ICR)에 따라 유해물질의 사용량.처리방법.배출량 등을 조사한 뒤 그 유해성을 평가해 규제대상 화학물질을 선정한다"고 소개했다.

◇오염배출량 제대로 조사하라=배출량 조사가 이뤄져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최근에야 유해화학물질의 배출량 조사를 시작했다. 아직 초보적 수준이어서 아황산가스.먼지 등 4~5가지의 일반 대기오염물질 외에는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대기보전 정책의 밑바탕인 배출량 통계의 조사방법론이 부실한 것도 큰 문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한화진 박사는 "연구자마다 조사방법이 달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 조사 방법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굴뚝마다 센서를 달아라=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환경관리공단 통합관제센터. 수도권과 울산.여천산업단지 등에 위치한 1백53개 공장의 굴뚝에 설치된 자동오염측정장치에서 실시간으로 오염측정치를 전송받는다. 하지만 굴뚝 센서를 단 곳은 전국 공장(3만7천여개)의 0.5%에도 못미친다.

그나마 먼지.암모니아.아황산가스 등 일곱가지 오염물질에 대해서만 분석하고 있다. 전국 모든 대형 공장에 굴뚝 센서를 달고, 측정 대상도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청정생산,대기업이 나서야=1990년대 중반부터 정부와 중소업계는 오염물질 배출량을 '제로' 상태로 줄이기 위한 청정생산 기술에 관심을 가졌다. 공정개선을 통해 원천적으로 오염발생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정작 대기업들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정부도 중소기업 위주로 지원했다. 이 때문에 산업 전반으로 퍼지지 못했다.

생산기술연구원 박영우 박사는 "대기업과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이 협조하면서 청정생산 기술을 개발.보급해야 한다"며 "파급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 황진택 박사는 "대기업이 일종의 환경 기준인 녹색구매 가이드라인을 마련, 협력업체에 청정생산 기술을 통해 생산한 제품을 납품하도록 요구하면 중소기업으로서 관련 기술을 채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마련, 시행하는 업계에 직.간접 혜택을 주면 환경친화적 산업생산구조가 갖춰질 수 있다.

◇생태 산업공단을 조성하라=기존의 공업단지를 생태산업공단으로 대거 전환해야 한다. 생태산업공단이란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오염물질을 이웃의 다른 공장으로 보내 이곳에서 제품 원료나 유용한 자원으로 재활용함으로써 오염물질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자는 발상이다.

공단에 입주한 공장 하나하나를 먹이사슬을 이루는 동.식물로, 공단 전체는 하나의 생태계로 간주하는 '산업 생태학'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녹지공간을 늘리는 등 공단 자체를 환경친화적으로 조성하는 것도 포함된다.

한화환경연구소 한승호 소장은 "선진국에서도 생태산업공단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라며 "국내에서도 낙동강유역환경관리청을 중심으로 창원공단 등에 이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소개했다.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여라=경북대 김종달 교수는 "에너지 사용 효율이 낮으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해 그만큼 오염물질이 많이 생기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농업.수산업.공업 등 각 산업에 주는 에너지 혜택(면세유 공급 등)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낭비와 오염물질 과다 배출 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황 함량이 낮은 환경친화적 연료나 재생 에너지의 사용을 늘리기 위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부실 소각로를 없애라=공장 폐기물을 태우는 중.소형 소각로에서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다량 배출되고 있다. 관공서.학교 등이 운영하는 소형 소각로도 오염물질을 내뿜기는 마찬가지다.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김미화 사무처장은 "아파트.학교 등 공공시설 인근에서는 중.소형 소각로 설치를 제한하고 부실한 소각로는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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