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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내린채 몸 흔들···거리두기 하향 2시간뒤 클럽 '터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 네티즌이 "클럽 앞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는다"며 12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사진 독자 김영민씨 제공(@newhankuk)]

한 네티즌이 "클럽 앞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는다"며 12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사진 독자 김영민씨 제공(@newhankuk)]

“정말 오래 기다렸습니다. 올해 7~8개월을 그냥 보냈습니다. 그만큼 더 열심히 간절하게 한분 한분 모시겠습니다.” 

정부 방침 나오자 인터넷 들썩 

12일 오전 한 서울 클럽 MD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12일 오전 한 서울 클럽 MD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지난 11일 오후부터 클럽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클럽 MD(영업직원)들이 클럽 영업 재개를 알리는 이 같은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날 정부가 12일 자정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2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 조정하면서 클럽 등 유흥시설의 문을 다시 열 수 있게 된 데 따른 반응이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클럽 관련 해시태그를 달고 클럽 영업 재개를 홍보하는 글이 수백 건 이상 쏟아졌다.

12일 새벽 0시가 되자 SNS에서는 클럽에 방문한 이용자들의 인증이 줄줄이 올라왔다. 오전 1시 30분. 서울 강남 유명 A클럽의 한 MD는 “벌써 (클럽이) 꽉 찼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 MD가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클럽 내 스테이지는 이용자들로 꽉 차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였다. 곳곳에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춤을 추는 이들이 있었다.

인근 다른 클럽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오전 1시 54분 클럽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B클럽 터졌다”는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터졌다'는 사람으로 붐빈다는 뜻이다. 사진에서 클럽 이용자들은 다닥다닥 붙어 유흥을 즐겼다. 마스크를 내리고 담배를 피우는 이들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이날 클럽 방문 후기를 올리며 “거리 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사람 많으니 지금 오세요" 

서울 강남 한 클럽이 12일 영업 재개를 알리며 공개한 포스터. 사진 페이스북 캡처

서울 강남 한 클럽이 12일 영업 재개를 알리며 공개한 포스터. 사진 페이스북 캡처

한 서울 클럽의 MD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지금 가도 괜찮냐”는 질문에 “사람이 정말 많다. 예상보다 많다. 금요일에 오면 꽉 찰 것이니 차라리 평일에 오라”고 답했다. 또 다른 클럽의 MD는 “높은 금액 예약이 많았다. 늦은 오픈에도 초반부터 많은 분이 몰려오셔서 긴 줄 형성했다”는 후기를 클럽 관련 인터넷 카페에 남기기도 했다.

또 클럽 MD들은 ‘조각’이 가능하다고 클럽 관련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계속 홍보했다. 조각은 클럽 테이블 비용을 여럿이서 쪼개 나누는 행위를 의미한다. 테이블을 잡는데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크게는 수천만 원까지 드니 인터넷 등을 통해 불특정다수를 모아 돈을 나눠 내도록 하는 것이다. 모르는 이들이 모여 술이나 음식을 함께 먹는 행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크다. 하지만 “조각이 마감됐다”는 공지가 클럽 관련 인터넷 카페에 속속 올라왔다.

한쪽에서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클럽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에 “여자 네 명이 갈 건데 잘 대해줄 MD를 찾는다”며 올라온 글에는 댓글이 1000여개 넘게 달렸다. “클럽 영업 제한 풀리자마자 꼭 가야 하나요. 그쪽들 때문에 코로나19 안 사라지는 거라고요. 의료진들 생각 안 하세요?” “1단계로 내려갔다고 바로 날뛰는구나” “당신들 때문에 죄 없는 군인들 휴가 잘리고, 방역 당국 공무원들이 명절에 집에 못 간다. 생각 좀 하고 살라” “1단계 오기도 힘들었다. 이러지 말자” 등 클럽 이용자들을 비난하는 내용이 다수였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 단속에 나설 예정”이라며 “강남 내 클럽은 보통 주 중에 운영을 안 한다. 주중엔 클럽 외 고위험시설인 유흥주점·콜라텍·단란주점·감성주점·헌팅포차에 대한 단속을 한다. 주말에 클럽 단속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남구청 측에 따르면 클럽 단속 때 주로 살펴볼 내용은 출입자 명부가 제대로 작성되고 있는지, 실내 거리 두기가 잘 지켜지는지 등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취식이나 흡연할 때 마스크를 내리는 행위는 단속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부터 고위험시설 10종의 영업을 허용하되 클럽과 유흥주점·콜라텍·단란주점·감성주점·헌팅포차 등 5종에 대해 시설 허가신고면적 4㎡(1.2평)당 1명으로 이용 인원을 제한하는 등 강화된 수칙을 추가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들 시설에서 종사자·이용자는 마스크 착용과 전자출입명부 작성 등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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