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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같이 만든 '대주주 3억원' 민주당 "재검토하자" 속내는

중앙일보

입력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는 소득세법 시행령(내년 4월부터 시행 예정)을 두고 당·정·청의 엇박자가 가시화되고 있다. 7, 8일 당·정·청에서 공식 채널로 내놓은 입장이 상반된다.

먼저 전날(7일) 청와대. “대주주 양도 차익 과세에 대해서는 2017년 과세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계획이 마련됐고, 입법은 2018년에 됐다. 조금 더 논의나 우려를 지켜보고 하되, 원칙적으로는 기존에 정해진 정책 방향을 지켜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청와대 고위 관계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8일 정부. “정책 일관성 측면과 함께 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형평성을 고려하면, 시행령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3억원은 주식 한 종목이 기준이다.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해 봐도 당초 계획대로 가는 게 맞는다고 판단한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그리고 8일 민주당.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에 따라 2년 후면 모든 주식 투자자에게 양도소득세가 도입되는 만큼 대주주 요건 완화는 달라진 사정에 맞춰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김태년 원내대표, 당 국정감사대책회의)

주식 대주주 요건 강화와 관련한 시행령은 본인은 물론 배우자·직계존비속 등 가족의 주식 보유액을 합산해 3억원 이상이면 대주주로 분류한다는 게 핵심이다. 대주주 범위가 크게 넓어지면서 상당수 개인 투자자에게 양도 차익 22~33%(지방세 포함) 수준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의 반발이 거세지자 홍 부총리는 7, 8일 국정감사에서 “가족(세대) 합산 방식을 인(人)별 합산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3억원 기준은 고수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대주주 요건 완화 시행 유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대주주 요건 완화 시행 유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같은 정부의 원론적 입장과 달리 민주당은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시행령이 마련된 2017년과는 여건이 달라졌는데(개인 투자자의 폭증) ▶과거 기준으로 마련한 제도를 그대로 시행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며 ▶시행 시 투자자의 매도세로 주식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화폐가치가 떨어져 대주주 기준을 약화해도 모자를 판에 정책이 거꾸로다” “3억원 투자자를 대기업 총수와 동급으로 과세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정부가 올해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건 현재 과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해서인데, 3~4년 전 정한 기준을 그대로 시행한다는 건 정책 일관성이 있는 것이냐”며 “금융세제와 관련한 정부 계획은 모든 게 2023년으로 맞춰져 있는 만큼 2년 유예해서 과세정책을 합리화시킨 뒤 시행해도 늦지 않다. 그래야만 조세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고 자본시장 활성화도 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도 비슷한 논리다. 그는 이날 당 회의에서 “2년 뒤 전면 시행될 새로운 과세 체계의 준비에 힘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많다”며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자산시장 규모가 커졌는데 대주주 기준을 낮추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연말 보유액으로 대주주 기준을 판단하기 때문에 10월 말부터 매도세가 나올 것”이라며 “부동산이 아닌 자본시장으로 돈이 옮겨 갔으면 하는 정부의 시그널이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오른쪽) 원내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오른쪽) 원내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민주당은 정책위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당·정 협의를 통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엇박자 지적에 “2023년 보편 과세가 이뤄지기 전까지 징검다리를 어느 정도 마련할 건지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의장은 “해당 시행령은 당초 근로소득과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불만 때문에 마련한 제도”라며 “당이 반대하는 건 아니고, 현재 극도로 개인 투자자가 많아 (대주주 기준 조정에) 위험성이 내포된 상태란 걸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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