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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경기 다른 해석…파월 “경제적 비극 예상” vs IMF 총재 “예상보다 덜 끔찍”

중앙일보

입력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 지난달 말 의회 출석 당시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 지난달 말 의회 출석 당시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경제적 비극이 예상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예상보다는 덜 끔찍하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  

세계 경제의 두 거물이 같은 날인 6일(현지시간) 내놓은 발언이다. 발언의 결은 약간 다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라는 기본 전제는 같았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2~3분기는 예상보단 약간 더 좋았다”며 “세계 경제가 애초 우려만큼 나쁘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낙관에 방점을 찍었다. 13일로 예정된 IMF의 세계 경제 전망 수정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IMF는 지난 6월 내놓은 보고서에선 올해 세계 경제가 4.9%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이날 발언으로 성장률이 소폭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MF는 6월 보고서에선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1%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불확실성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위험은 여전히 크고, 앞으로의 등산로는 전례 없는 불확실성에 덮여 있다”며 “향후 경제는 코로나19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낙관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낙관 일변도일 수는 없다는 점에서 파월 의장의 경고와 맥이 닿는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나온 파월의 발언은 추가 경기부양책 마련에 미적대는 미국 연방정부와 의회에 대한 경고 성격으로 나왔다. 파월 의장은 “경기 회복은 예상보다는 빨랐다”고 운을 떼면서도 “초여름부터 회복 속도가 더뎌졌으며, 재정과 통화 정책이 함께 작동해야 (경제가) 더 강하게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지원이 과도해서 발생할 위험보다, 경제 지원이 충분하지 못해 발생할 위험이 더 크다”며 “(지원이 충분치 않을 경우) 비극적 결과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백악관과 재무부, 공화당 측이 경제 지원 규모를 늘리는 데 반대하면서 민주당과의 드잡이를 이어가는 상황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다.

파월 의장은 최근 적극적으로 공개 발언을 내놓으며 추가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재정 정책 없이는 경기 부양은 역부족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재정과 통화 정책의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한다는 중앙은행장으로서의 입장을 반영한 발언이다.

Fed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와 실업률 상승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까지 사실상 금리를 제로 수준(0.00~0.25%)으로 유지할 것을 시사하며, 인플레이션 방어보다 고용 안정에 방점을 찍기 위해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내놨다.

미국 3분기 GDP 성장률, 수치에 속지마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미국 3분기 GDP 성장률, 수치에 속지마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파국'까지 입에 올린 파월 의장의 경고가 무색하게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양당의 의견차를 좁이는 것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파월 의장 발언 직후 “파월 의장의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파국을 막기 위해선 우리의 적극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경기부양책 협상안을 깜짝 거부하며 판을 뒤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하원의장은 2조4000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코로나19와는 무관하다”며 “대선(11월 3일) 이후로 협상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트윗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프리미엄을 최대한 살려 막판 대선 레이스에서 강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승리하는 즉시 대규모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승패는 11월3일(현지시간) 갈린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승패는 11월3일(현지시간) 갈린다. AFP=연합뉴스

추가 부양책 합의가 안갯속에 빠지자 시장은 하락으로 응답했다. 상승세를 보이던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34%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날보다 1.40% 떨어졌고, 나스닥(NASDAQ)은 1.57%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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