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표준과학硏]침술 효능 과학으로 속속 입증

중앙일보

입력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http://web.kyunghee.ac.kr/~gsm/)에서는 침술의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최근의 연구 결과는 무릎의 '족삼리'라는 혈에 대한 것. 연구진은 여기에 침을 놓았을 때 뇌에서'사이토카닌'이라는 물질이 분비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의 함대현 교수는 "사이토카닌은 외부에서 병원균 등이 침입했을 때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활성화 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라며 "족삼리에 침을 놓는 것이 염증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침술의 효능을 첨단 과학으로 입증하려는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몸에 이상이 있을 때 어디에 침을 맞으면 괜찮아지더라는 식으로 경험으로만 알고 있는 침의 효과를 각종 정밀 측정기기를 동원해 규명에 나선 것.

손.발 등에 침을 놓았을 때 두뇌의 어느 부분에 자극이 가해지는 지, 또 침 자극으로 몸 속에서 어떤 물질이 분비되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분자생물학.물리학.전기화학 등을 동원해 분석하는 것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http://www.kriss.re.kr) 이용호 박사는 침술의 신비를 밝혀줄 특수 장비를 개발하고 있으며, 완료 단계에 이르렀다.

머리에 씌우고 침을 놓으면 두뇌의 어떤 부분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내는 기기다.

두뇌가 반응하거나 활동할 때는 전기신호를 내거나 받는 데, 이때 함께 생기는 미세한 자기장을 감지하도록 했다. 초전도체로 만든 '스퀴드(SQUID)'라는 장치를 이용한 장비다.

李박사는 이에 앞서 1999년에는 현재 개발 중인 것보다 작은 기기를 만들어 침술 관련 연구를 했다.

치통이 있을 때 엄지와 둘째 손가락 사이 합곡혈에 침을 놓는데, 여기에 침을 놓자 얼굴 신경과 관련된 두뇌 부분에서 전기신호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李박사는 "당시는 두뇌의 일부분만 관측할 수 있었던 반면 새 기기는 두뇌 전체의 반응을 동시에 살필 수 있어 침술의 효능을 한층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침술의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는 98년 미국 어바인 소재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조장희 교수에 의해 시작됐다.

눈이 침침하면 새끼발가락 바로 위 발등에 침을 놓는데, 핵자기공명영상장치(f-NMRI)로 관측해보니 발등에 침을 놓으면 뇌의 시신경과 관련된 부분에서 피의 흐름이 갑자기 늘어났던 것.

이 연구는 당시 과학학술지'디스커버'에 실렸다.

함대현 교수는 "특정부위에 침을 놓을 때부터 그로 인해 몸이 치유되는 과정이 단계별로 하나하나 밝혀지면, 우리의 침술을 서구 선진국의 병원에서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