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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13% 하락 불러온 두산퓨얼셀 대주주 지분 매각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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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창원의 두산중공업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중앙포토

지난달 창원의 두산중공업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중앙포토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한 걸음을 더 뗐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 자산을 두산중공업에 대가 없이 넘겨 재무상태를 개선하기로 했는데, 그 자산에 묶여 있던 빚까지 갚는 절차에 착수했다.

6일 두산은 박 회장 등 두산그룹 특수관계인이 갖고 있는 연료전지 회사 두산퓨얼셀 지분 10.9%를 팔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 물량의 가치는 4000억원 정도인데, 이날 팔기로 한 지분은 약 2000억원 정도다.

지난달 박 회장 등은 5740억원 규모의 두산퓨얼셀 지분을 무상으로 두산중공업에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현금이 투입되는 건 아니지만 회계상 자본 증가 효과가 있어서, 재무상태에 대한 평가를 개선하겠다는 시도다.

이 지분에 담보로 묶여 있는 빚이 흠이었는데, 박 회장 등은 남은 두산퓨얼셀 지분을 팔아 이 빚을 갚기로 한 것이다. 재무상태표에 직접 기록되는 절차는 아니지만, 채권단과 잠재적 투자자 입장에선 재무상태가 건전해지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지난달 창원의 두산중공업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중앙포토

지난달 창원의 두산중공업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중앙포토

두산퓨얼셀 주가 6일 13.8% 하락 

이를 위해 5일 오후 두산퓨얼셀 지분에 대한 대량매매방식(블록딜)의 매각을 선언했고, 6일 그 지분의 절반이 팔렸다. 이 때문에 6일 두산퓨얼셀 주가가 약 13.8%(4만3000→3만7000원) 떨어졌다.

팔기로 한 목표 물량의 절반만 팔렸지만 두산은 일부 금융권의 ‘할 일은 다 했다’는 평가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공개적으로 보여줬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어서다. 목표한 지분이 모두 팔려도 두산중공업이 두산퓨얼셀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박 회장 등의 지배력엔 영향이 없다는 게 두산 분석이다.

4월 KDB산업은행 등으로부터 긴급 자금 3조6000억원을 빌린 두산이 지난달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는 분석도 있다. 지주사인 ㈜두산은 두산모트롤과 두산솔루스 지분 등을 팔아 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유상증자 때 팔리지 않는 주식은 주관 증권사가 인수하기로 했다.

나머지 국책은행 대출금은 민간 금융권 자금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통해 두산이 경영 자율성을 높이고, 풍력 사업 등에서 거둔 영업이익으로 부채ㆍ이자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창원의 두산중공업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지난달 창원의 두산중공업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두산의 이같은 시도는 강원도 홍천에 있는 골프장 클럽모우CC를 1850억원에 팔면서 본격화 됐다. 이후 미래 성장 동력이었던 두산솔루스를 약 7000억원에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진대제 펀드)에 매각했고, 두산모트롤(4500억원)도 한 투자회사 연합에 팔았다.

두산

또 지난달엔 서울 동대문의 두산타워를 8000억원에 팔았다. 두산 내부에서 “올해 숙제는 끝났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산에 대한 사실상의 국책 은행 관리 체제 졸업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자체 노력만으로 현재의 위기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건 두산도 인정하고 있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원이 풍력 사업이기 때문이다. 두산의 풍력 발전 설비를 사들일 발전 공기업이 얼마나 돈을 쓸 지가 관건이다.

정부의 전력 정책에 따라 영업이익이 좌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 일가의 두산퓨얼셀 지분 매각 선언으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향한 성의표시의 메시지는 전달 됐다고 본다”며 “두산은 이를 통해 정부의 에너지 사업 지출 판단에서 두산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기대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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