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채널A 전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이 전 기자의 편지를 받고 공포를 느꼈다고 주장했다.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 주재로 이 전 기자 등의 3차 공판기일이 열렸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대표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전 기자가 자신에게 보낸 첫 편지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 황당했다면서도 “(이후 편지를 보고는) 심각해졌다” “언론 보도를 통해 서울남부지검 신라젠 수사에 검사를 파견했다는 언론 보도 등을 보고 점점 이상하게 진행된다고 마음속에 생각하던 찰나였다”고 밝혔다.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에는 남부지검이 신라젠 수사를 재개했으며 검찰이 이 전 대표의 자산과 부동산 자금을 추적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전 대표는 ”공포감을 느꼈다“면서 “검찰이 목적을 갖고, 기획을 갖고 수사를 하면 증인들이 피해갈 방법이 없음을 경험해봤다” “아무리 무죄여도 소명하는 과정이 어렵다는 걸 안다. 또다시 그런 구렁텅이에 빠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대법원에서 자본금융법 등 위반 혐의로 징역 12년형이 확정, 현재 복역 중이다.
검찰은 지난 2월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보낸 3번째 편지도 제시했다. 편지에는 이 전 대표의 비서였던 임모씨가 그와 관련한 의혹을 누설해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며, 이 전 대표가 빼돌린 돈이 유입된 블루사이드ㆍ로커스체인까지 수사가 확장될 거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전 대표는 “(이 편지를 보고) 공포감이 더 강화됐다. 현실로 다가왔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내용 전체 맥락과 내용이 검찰의 수사방향과 의지라고 생각됐다”고 했다.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임씨 이름도 있고 블루사이드 등 이름을 봐서는 검찰 쪽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고, 관련 정보를 이 전 기자가 확인해 이런 편지를 보냈다고 생각했냐’는 질문에 이 전 대표는 “그렇다”고 했다.
‘가족들이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고위층 검찰 간부와도 직접 연락할 수 있다’ ‘책임을 혼자 떠안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4번째 편지도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이 편지가 가장 공포로 다가왔다”며 “내가 어떻게 이용당할지 등을 전반적으로 느낄 수 있어 공포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전 기자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돼 있다는 인식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인 지모씨와 만났다는 사실을 들은 뒤 “(편지 내용이) 진짜구나, 현실이구나 생각했다”며 “현직 기자가 맞고 검찰과 관련이 있다 보니 구체적으로 확인이 됐다고 생각했다. 감내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