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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광화문 차벽에 "文 눈에는 국민이 오랑캐로 보이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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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인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도로에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있다. 연합뉴스

개천절인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도로에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있다.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경찰이 광화문 광장을 차량으로 둘러싸 원천봉쇄한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 눈에는 국민이 오랑캐로 보인 모양이다”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K방역의 위용. 하이엔드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바이러스 방호벽”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경찰은 3일 아침부터 광화문광장 등 도심에서 돌발 집회·시위를 차단하기 위해 차량 검문소를 90곳을 운영했다. 또 광화문에서 대한문까지 이르는 세종대로 일대 도로와 인도에 경찰 버스로 차벽을 세웠다. 지하철도 이날 오전 9시 10분께부터 5호선 광화문역을, 9시 30분께부턴 1·2호선 시청역과 3호선 경복궁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광화문광장에는 케이블로 고정된 펜스가 설치돼 일반인들의 진입을 막았고, 주변 골목 구석구석에 배치된 경찰은 시민들에게 방문 목적과 신원 등을 물어보는 절차를 진행했다.

진 전 교수는 이를 두고“저 축성술이 조선시대에 있었다면, 삼전도의 굴욕은 없었을 텐데. 아쉽다”며 “광화문에 나와서 대화하겠다던 대통령이 산성을 쌓은 것을 보니, 그 분 눈엔 국민이 오랑캐로 보이는 모양. 하긴, 토구왜구라 했던가? 휴, 뭐 하는 짓들인지”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전날에도 광화문 광장 집회을 막기 위한 경찰의 차벽에 대해 “코로나 긴급조치. 재인산성으로 변한 광화문. 데 키리코의 형이상학적 회화를 보는 듯”이라고 썼다. 경찰의 차벽을 ‘MB산성’(이명박 대통령 시절 경찰의 차벽)에 빗대 ‘재인산성’으로 부른 것이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이 “국민 안전의 최후보루다”라고 옹호하자, 진 전 교수는 “국가가 위험에 처하면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게 당연하다”는 전제는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럼 도대체 언제가 ‘위험할 때인지 누가 결정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데, 그걸 결정하는 사람, 그 사람이 주권자”라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그 사람에게서 나온다”라고 했다.

사진 SNS 캡처

사진 SNS 캡처

한편 국민의힘 측에서는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이명박 정부 때 명박산성을 쌓는다며 비판을 퍼부었지만, 정작 코로나 확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 ‘드라이브 스루’ 집회마저도 금지했다”며 “반(反)정부 집회라서 막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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