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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민영기업 본격 통제···美압박에 40년만에 통일전선 꺼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7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국무원 국유기업개혁영도소조회의에서 류허(劉鶴) 부총리가 민영기업에 대한 국유기업의 영향력 강화를 지시하고 있다. [CCTV 캡처]

지난달 27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국무원 국유기업개혁영도소조회의에서 류허(劉鶴) 부총리가 민영기업에 대한 국유기업의 영향력 강화를 지시하고 있다. [CCTV 캡처]

지난 9월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 민영경제통전공작회의에서 중앙통전공작영도소조 조장을 맡고 있는 왕양 전국정협 주석이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9월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 민영경제통전공작회의에서 중앙통전공작영도소조 조장을 맡고 있는 왕양 전국정협 주석이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국유기업과 민영기업은 서로 협력하며 겸병과 재편, 전략적 조합을 추진해야 한다.”
지난달 27일 개최된 국무원 국유기업개혁영도소조회의에서 류허(劉鶴) 부총리의 지시다. 중국 경제의 차르로 불리는 류 부총리의 발언은 관영 신화사 보도에는 빠졌다. 대신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류 부총리의 이런 발언을 지난달 15일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이 발표한 ‘신시대 민영경제 통일전선 업무 강화에 관한 의견(이하 의견)’에 이어진 조치로 풀이했다. 국유기업이 민영기업을 이끈다는 ‘국진민퇴(國進民退)’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지난달 발표된 ‘의견’은 의미심장하다. 통일전선(United Front)은 공산당을 중심으로 우군을 넓혀 적에 맞서 위기를 극복하는 전술을 말한다. 민영기업을 대상으로 한 통전 문건은 개혁개방 이후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발표됐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민영기업에 당에 대한 충성과 단결을 요구하는 조치가 속속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의견’의 대상은 중국 국내 민영기업과 기업가는 물론 중국 본토에 투자한 홍콩・마카오 기업인도 포함된다. ‘당에 순응하고 당과 함께 가자(聽黨話 跟黨走)’라며 사회주의・애국주의 이념 교육을 강화하라고 명시했다. 민영기업가를 공산당원으로 육성하기 위한 인사 데이터베이스와 인재풀을 구축하고, 국가 프로젝트에 민영기업을 적극 참여시킨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에 담았다.
‘의견’은 1조에서 “민영기업가는 우리의 자기 사람(自己人)”이라고 명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자기 사람’은 2018년 11월 민영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처음 언급한 표현으로 사회주의 체제에서 민영기업이 그 사명을 다 해 조만간 국유화될 수 있다는 기업인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발언으로 분석했다.
‘의견’은 2조에서 “두 개의 흔들림 없는 발전(국유·공유제 경제와 민영·비(非)공유제 경제의 상생)을 견지하여 단합을 도모하고 민영경제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의 목표인 공유제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비공유제를 인정한다는 방침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비공유제는 중국 공식 문건에서 사유제 대신 사용하는 용어다.
자오시쥔(趙錫軍) 인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조치가 중국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쌍순환(雙循環, 이중 순환)’ 경제 건설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의견’은 미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요인들’에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하면서 미국의 압박에 대한 타개책임을 암시했다.

중국 개혁개방 40년 이래 민영경제에 대한 통일전선 업무 강화를 지시한 첫 공식 문건 등장했다. 구호는 ‘당에 순응하고 당과 함께 가자(聽黨話 ?黨走)’이다. [자유아시아방송]

중국 개혁개방 40년 이래 민영경제에 대한 통일전선 업무 강화를 지시한 첫 공식 문건 등장했다. 구호는 ‘당에 순응하고 당과 함께 가자(聽黨話 ?黨走)’이다. [자유아시아방송]

미국의 싱크탱크 제임스타운의 존 닷슨 편집장은 『차이나 브리프(China Brief)』 최신호에서 ‘의견’에 언급된 “‘건강한’ ‘건강하지 않다’는 표현은 중국 선전기구가 공산당에 대한 ‘충성’ ‘불충’을 의미하는 암호”라며 “‘건강한 발전’은 공산당과 당 중앙의 리더십에 충성한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그는 “민간 기업에 대한 당의 통제 증가는 정부 관리들이 원하는 혁신적 역동성을 억제할 위험이 있다”면서 “명목상 사기업인 중국 기업들이 국가의 야심에 복무하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외국의 의혹을 더욱 부채질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sakong.kwans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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