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속 다이옥신 '위험' 판단은 일러

중앙일보

입력

'다이옥신에 오염됐더라도 모유(母乳)를 꼭 먹여야 하나.차라리 분유를 먹이면 어떨까'.

최근 모유에서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이자 발암물질로 알려진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내.외신 보도를 종종 접하면서 아기를 가진 엄마들은 이런 걱정을 하게 마련이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청(식의약청) 산하 국립독성연구소의 지난해 조사 결과 산모 66명의 모유에서 지방성분 g당 10.3pg(피코그램=1조분의 1g)의 다이옥신류(類) 물질이 검출된 바 있다.

최근 포항산업과학기술연구원이 4개 회사의 분유제품을 분석한 결과 다이옥신 농도는 지방성분 g당 평균 0.54pg이었다.

모유의 다이옥신 오염도가 분유의 19배인 것이다. 하루 1.3ℓ의 모유만 먹는 체중 7㎏의 아기는 체중 ㎏당 하루 57pg의 다이옥신을 섭취하게 된다.

이같은 양은 국내 성인이 음식을 통해 하루에 체중 ㎏당 섭취하는 0.37pg의 1백50여배에 해당한다.

또 식의약청이 체중 60㎏인 성인을 기준으로 정해놓은 체중 ㎏당 하루 섭취 허용량(TDI)인 4pg의 14배에 달한다.

국립독성연구소 이효민(李效旻)박사는 "음식을 통해 섭취한 다이옥신은 체내 지방에 축적됐다가 모유를 통해 배출된다"며 "사람의 젖은 출산 이후에만 나오기 때문에 분유보다 모유에서 다이옥신 농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이옥신면에서만 보면 모유보다 분유를 먹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와 관련, 고려할 부분이 너무 많다. 모유는 아기의 면역력을 강화한다. 모유에는 현대 과학이 풀지 못한 신비가 숨어 있다.

李박사는 "모유의 다이옥신이 당장 위험한 수준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유아기.청소년.성인 등 연령대별로 섭취 허용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성연구소측은 국내 산모들의 모유에서 나타난 다이옥신 농도가 외국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산모 1백11명의 모유에서 지방성분 g당 평균 24pg의 다이옥신이 나왔다.국내 조사 결과의 두배 이상인 수치다.

한편 국내 한 기관의 조사 결과 성인이 하루에 섭취하는 다이옥신 양은 체중 ㎏당 0.4pg으로 나타났다. 식품을 통한 섭취가 85.3%, 공기를 통한 섭취가 14.7%, 토양오염으로 인한 섭취가 0.02% 등을 차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본은 생활쓰레기 소각 비율이 78%나 돼 다이옥신 오염이 심하고, 어패류를 많이 먹어 섭취량도 많지만, 우리의 소각 비율은 아직 12%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다이옥신이 발암물질인 만큼 소각로의 배출기준을 강화하는 등 관련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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