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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 대신 선물, 만남 대신 영상통화…추석연휴는 '나홀로'

중앙일보

입력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8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한빛유치원에서 이번 추석 할머니를 보러가지 못하는 어린이가 한복을 입고 제주도에 있는 할머니와 강원도 홍천에 있는 할아버지께 영상통화를 하며 명절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8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한빛유치원에서 이번 추석 할머니를 보러가지 못하는 어린이가 한복을 입고 제주도에 있는 할머니와 강원도 홍천에 있는 할아버지께 영상통화를 하며 명절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추석 때 시댁에 못 가는 대신 추석 당일에 영상통화 하면서 인사하려고요. 선물은 일단 택배로 먼저 보내놨어요.”

결혼 후 처음 추석을 맞는 주부 이모(32·여)씨가 28일 "이번 한가위 때 강원도 원주에 있는 시댁을 가지 않기로 했다"며 한 말이다. 이씨는 "내가 임신을 하면서 시부모님도 귀성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깝게’라는 말이 있지 않나”라며 “영상통화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상통화로 그리운 얼굴을  

27일 추석을 앞두고 경북 영천시 고경면 국립영천호국원을 찾은 시민들이 야외묘역에서 성묘를 지내고 있다. 뉴스1

27일 추석을 앞두고 경북 영천시 고경면 국립영천호국원을 찾은 시민들이 야외묘역에서 성묘를 지내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추석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올해 추석 때 고향 방문을 하지 않는 시민이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서울시가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에게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7.9%가 추석 연휴 기간 같이 살지 않는 가족·친지를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들 중 79.2%는 코로나19를 이유로 들었다.

이처럼 언택트 추석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명절 풍경도 달라졌다. 우선 명절 때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영상통화로 달래려는 이들이 많아졌다. 수도권 한 요양원 관계자는 “추석에도 면회가 금지되면서 적적해할 어르신을 위해 추석 때는 가족과 하나하나 영상통화를 시켜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계 당국 역시 이런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 추석은 고향 방문 대신 영상 통화로 가족 간 정을 나눠달라”고 권고했다.

추석 선물 전달도 '언택트'  

추석을 앞둔 28일 경기도 성남의 한 백화점 식품관이 붐비고 있다. 채혜선 기자

추석을 앞둔 28일 경기도 성남의 한 백화점 식품관이 붐비고 있다. 채혜선 기자

언택트 추석은 추석 선물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귀성 대신 선물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면서 백화점들의 추석 선물세트 판매가 예년보다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추석 선물세트 매출액은 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6% 증가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고향 방문 대신 선물로 대신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배송 문의가 폭주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추석 선물세트 배송이 마감한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의 한 백화점 식품관에서는 퀵서비스를 이용해 추석 선물을 보내려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추석 선물을 주고받는 방식도 변화를 맞았다. 특히 이번 추석 땐 ‘모바일 선물하기’ 서비스가 인기다. 모바일 선물하기 서비스는 전화번호를 알면 주소를 몰라도 선물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SG닷컴에 따르면 모바일 선물하기를 사용한 추석 선물 판매량이 지난해 추석보다 114% 늘었다. 직장인 김모(31)씨는 “직접 만날 수도 없다고 해서 명절 인사를 안 드릴 수는 없다”며 “모바일 선물하기 서비스로 마음을 담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번 추석을 계기로 선물을 직접 사 들고 고향을 찾던 명절 문화가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자리 잡은 비대면 문화가 추석 문화에도 이어졌다”며 “다만 직접 물건을 보고 사지 못하는 만큼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다. 품질이나 후기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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