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통합 유예로 가닥잡은 여야… 벼랑끝서 타협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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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건강보험 재정통합 시행 유예로 가닥을 잡고 있다. 민주당은 1년, 한나라당은 3년 연기를 주장하나 2년 쪽이 유력하다.

한나라당은 건강보험공단 관리비를 직장과 지역으로 분리하자는 기존 주장을 양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시행을 불과 6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무조건 강행'(정부.민주당)과 '통합 백지화'(한나라당)를 놓고 벼랑끝 대치를 계속하던 여야가 극적으로 타협점을 찾을 경우 건보대란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절충 배경은 양측 모두 결정이 미뤄지는 데 따르는 혼선 책임을 떠안기도, 밀어붙이기로 인한 부담을 피하기도 어렵게 되자 시간벌기를 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년 유예안이 확정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통합은 2004년 차기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야가 협상을 명분잡기 싸움 정도로 인식할 경우 최종 순간에 결렬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 "무리수 피하며 시간 벌자"=26일 오전 여야 총무가 절충안을 협의할 때만 해도 한나라당은 분리안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열심이었다.

이강두(李康斗)정책위의장은 "의보재정 통합이 파산으로 연결되는 게 분명해 보건복지위에서 야당안을 낸 것"이라며 분리근거를 제시한 자료도 배포했다.

하지만 당 관계자들은 숫자로 밀어붙일 경우의 부담을 떨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동시에 본회의 처리를 하지 않을 경우 혼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민련 변수도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한나라당이 2년 유예안으로 선회하면서 한 당직자는 "김종필 총재가 건강보험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하는 등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며 "이런 정치적 부담을 털면서 여론의 화살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유예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2년 정도 유예할 경우 얼마든지 상황은 바뀔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 "명분 주고 실리 챙기자"=민주당으로선 '재정 분리'를 피하는 게 급했다. 자칫 개혁 후퇴로 비춰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수 총무는 이날 총무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한나라당이 통합운영 중인 건강보험공단 운영관리비를 분리하자는 조건은 다시 내걸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유예안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방향선회를 예고했다. 보건복지부에서 유예론이 확산되는 것도 부담이 됐다고 한다.

김원길(金元吉)보건복지부 장관조차 "보험 재정을 직장과 지역으로 나눠 관리(구분계리:수입을 따로,지출을 통합관리)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었다.

한 당직자는 "당초 지난번 교원정년 때처럼 개혁과 반개혁으로 야당을 몰아세우려 했지만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많이 노출돼 이 또한 여의치 않았다"고 실토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건강보험관리공단의 관리운영비 분리'요구를 차단하면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 복지위원들 반발=그러나 양당 복지위원들은 이같은 절충기류에 반발했다. 한나라당 복지위원들은 이날 간담회를 열고 분리안 관철을 주장했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한광옥 대표에게 "통합이 안되면 혼란만 가중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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