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포도주 심장병 차단 이유 밝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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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포도주가 심장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이유가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영국 런던의과대학 윌리엄 하비 연구소의 로저 코더 박사는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적포도주의 심장병 예방 효과는 폴리페놀이라는 색소(色素) 때문이라고 밝히고 백포도주와 로즈 와인에는 폴리페놀이 거의 없고 적포도주스에는 많이 함유되어 있으나 이상하게도 심장병 예방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코더 박사는 적포도주에 들어있는 폴리페놀이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펩타이드인 엔도셀린-1의 생산을 억제하는 것으로 시험관 실험에서 밝혀졌다고 말했다.

코더 박사는 23종류의 적포도주, 4종류의 백포도주, 1종류의 로즈 와인, 1종류의 적포도주스 추출물에 암소의 혈관벽에서 채취한 세포를 노출시킨 결과 폴리페놀의 양이 많을수록 엔도셀린-1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엔도셀린-1은 혈관을 수축시키는 물질로 이것이 과잉생산되면 동맥에 지방퇴적물이 쌓이면서 동맥협착 현상이 나타난다고 코더 박사는 말했다.

코더 박사는 백포도주와 로즈 와인에는 폴리페놀이 전혀 없거나 거의 없었다고 밝히고 그 이유는 폴리페놀은 적포도주의 껍질에 들어있는데 백포도주와 로즈 와인은 발효전에 포도 껍질을 벗겨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코더 박사는 또 적포도주스는 폴리페놀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도 엔도셀린-1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밝히고 이는 포도주를 만드는 과정의 그 무엇이 폴리페놀의 특성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더 박사는 엔도셀린-1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가장 높게 나타난 6종류의 적포도주 가운데 4종류가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종(種)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미루어 포도의 종류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적포도주가 심장병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보고서들이 많이 발표되었지만 그 효과는 신체의 대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산소인 유리기(遊離基)의 해독을 무력화시키는 항산화물질이 적포도주에 많이 들어있기 때문으로 믿어져 왔다. (워싱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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