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환자 인권보호 사회인식 전환 시급"

중앙일보

입력

"세상 끝으로 밀려났던 사람들의 뜨거운 얘기입니다."

한센병 환자(나환자)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아, 소록도'를 1년2개월만에 완성한 김휘(金煇.44)광주MBC 프로듀서.

이 작품은 광주MBC 특집프로로 19,20일 오후 7시25분 두차례 방송된 뒤 내년 1월 중순 전국 전파를 타게 된다.

金씨가 이 프로그램 제작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께. 국립소록도병원을 운영하는 보건복지부와 고흥군이 소록도의 개발을 놓고 한창 논의할 무렵이었다.

金씨는 "한센병에 대한 의학적 치료가 끝났는데도 격리의 고통이 대물림되고 있고 있는 현실을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게 너무 안타까워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친인척들이 혹시 해를 입을까봐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하는 한센병 경력자 등에게 "당사자가 나서야 문제가 해결된다"며 설득,1년2개월간 미국.일본까지 오가며 한센병 병력자 1천여명을 만났다. 사연을 담은 테이프만도 2백여개.

S군(12)은 할아버지가 한센병을 앓았다는 이유로 주민이 반대하는 바람에 등교하지 못하고 5년간 혼자 수업받고 있다. 시인 이상정(40)씨는 1960년께 칠곡 국립나병원에서 태어나 부모 몰래 미군에게 입양된 형을 애타게 찾고 있다.

소록도에서 환자와 간호사로 만나 결혼한 이세용(46).변혜민(42)씨, 한센병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래운동을 펴고 있는 김정만(46).오미란(34)씨 부부 얘기도 있다.

다큐멘터리는 특히 미국의 한센병 치료 시스템을 보여주며 한센병에는 의학치료 못지않게 사회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金씨는 "또 다른 약자인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환자 가족 등에게 인권침해가 되풀이돼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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