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중 사이 중립은 中 편든 것"···韓 줄타기 경고한 美 전직관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미 국방부]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미 국방부]

미국 국방부 전직 관리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며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건 사실상 중국을 편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중국과 패권 경쟁을 위해 경제적 디커플링(분리)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동맹, 중국은 중요한 경제 파트너"라며 양다리를 걸치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밝힌 셈이다.

엘브리지 콜비 전 펜타곤 부차관보 #"한국 위험한 줄타기 한다"고 경고 #미·중 패권 전쟁 미 국방전략 저자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22일(현지시간)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가 주최한 '미·중 전략적 경쟁 시대의 한·미관계' 세미나에서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스케이트를 타려고 하는 건 위험한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 한국을 서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동기를 갖게 할 것"이라며 "여기서 중립적 입장은 사실상 베이징 편으로 기운 것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시절인 2018년 1월 중국과 전략적 경쟁을 명시한 미 국방전략(NDS) 보고서의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분명히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이고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베트남, 인도 같은 독립적인 국가들에 이해관계를 가진 멀리 있는 강대국이지만 중국은 미국과 다른 나라 정부 사이에 불화를 조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하면서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지역 국가들의 국내 문제뿐 아니라 외교·국방정책까지 지시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를 구축하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아시아 각국이 중국에 휘둘리지 않도록 미국이 추진하는 경제적 디커플링에 동참할 것도 주문했다.
그는 "경제적으로도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할 것"이라며 "그러고 나서 한국과 일본, 베트남 같은 다른 나라들에도 이를 권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나라는 스스로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하면서다.

그는 "중국을 완전히 봉쇄하자는 것이 아니라 선별적으로 디커플링을 하자는 것"이라며 "디커플링은 기본적으로 중국이 (경제를) 강압적인 지렛대로 활용하는 데 대해 각 나라의 취약성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도 "베이징(중국 정부)은 한국을 미국의 동맹시스템 가운데 가장 약한 고리로 보고 있다"며 "한국도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은 이에 "미국이 한국을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하는 데 성공한다면 역설적으로 이것이 한미동맹을 손상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경제 분야에서 중국의 역할을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은 작기 때문에 한국은 동맹 유지 비용을 더 이상 댈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딜레마가 한국에 악순환을 낳고 있으며 한국의 국가적 존립에 엄청난 위험이 되고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