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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일본해 표기 갈등 새 해법…국제수로기구 “이름 대신 숫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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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수로기구(IHO)가 한·일 양국이 분쟁을 벌여온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 대신 고유 식별번호인 숫자로 표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IHO 국제표준 해도집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에 일본해로만 표기하고 있는 데 대해 한국이 1997년부터 동해 병기를 주장해온 데 대한 일종의 타협안인 셈이다.

11월 IHO 총회서 결론 날 전망 #일본해 주장 명분 약해지는 셈

21일 외교부와 IHO에 따르면 올해 11월 16일 2차 총회를 앞두고 지난해 4월과 10월 IHO 사무총장 주재로 남북한과 일본이 비공식 협의를 가졌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자 IHO 사무총장은 최근 남북한 및 일본에 지명을 부여하는 대신 ‘고유의 숫자로 식별하는 체계(a system of unique numerical identifiers)’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디지털 시대에 이름보다 숫자가 전자항해 등 지리정보체계에 활용하기에 유용하다는 뜻에서다. 분쟁 당사국인 한·일 모두 동해나 일본해 표기를 고집하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는 IHO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새로운 IHO 표준이 갈수록 디지털화되는 환경에서 사용자들의 필요를 충족하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사무총장의 제안을 원칙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북한도 사무총장 제안을 원칙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일본은 의견서에서 “수로 정보를 디지털 환경에 더 적합하게 만들려는 취지를 이해한다”며 “IHO 사무총장과 회원국과 건설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분쟁 당사국인 세 나라 외에도 미국, 캐나다, 프랑스, 노르웨이 등 다른 회원국들도 긍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동해·일본해 대신 고유 숫자를 표기하는 방안이 총회에서 채택될 가능성은 커졌다. IHO 표준해도 3판까지 일본해로 단독 표기돼 있었던 만큼 새로운 숫자 표준이 도입되면 향후 국제지도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할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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