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누가 되든 2030년까지 내부 분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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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4호 21면

다가오는 폭풍과 새로운 미국의 세기

다가오는 폭풍과 새로운 미국의 세기

다가오는 폭풍과
새로운 미국의 세기
조지 프리드먼 지음
홍지수 옮김
김앤김북스

우리가 다 아는 것 같지만 잘 모르는 나라가 미국이다. 이 책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국익이 무엇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 조지 프리드먼은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세 분석가이다.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이 따라다닐 정도로 예측의 적중률이 높다고 한다. 2010년 펴낸 책 『100년후』가 한 세기를 폭넓게 다뤘다면, 미국에서 올해 2월 출간된 이 책은 2020년 이후 10여년의 가까운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지금 매우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불화와 분열의 시기다. 기술관료 계층과 쇠락한 백인 산업노동자 계층의 대립,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에서 보이는 연방정부와 주 정부 간의 대립,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연이은 폭동 사태가 보여주는 인종 대립, 기존 이민자와 새로운 이민자와의 대립 등이 속출하고 있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립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조지 프리드먼은 ’트럼프는 미국 분열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지난 8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조지 프리드먼은 ’트럼프는 미국 분열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지난 8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저자는 올해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국가적 갈등은 줄지 않고 2030년대 초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트럼프 대통령을 분열된 미국의 상징처럼 간주하는 이들도 있지만 저자가 볼 때 트럼프는 분열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다. 갈등의 본질은 트럼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지닌 ‘주기적 변화’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미국을 움직이는 2개의 주기(제도적 주기와 사회경제적 주기)가 공교롭게 2020년대에 동시에 막을 내리면서 갈등이 극대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도적 주기는 80년을 주기로 전쟁(독립전쟁, 남북전쟁. 제2차 세계대전, 냉전)을 통해 반복된다고 했다. 사회경제적 주기는 50년을 주기로 전환된다고 했다.

각종 분열 끝에 미국의 시대는 이제 끝나는 것일까? 중국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대신 차지하게 되는가? 그렇지는 않다.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비롯한 세계의 바닷길을 통제하고 있다. 여기에 도전할 국가는 당분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경제와 금융체제는 심각한 위협에 노출돼 있다. 중국은 일종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무역국가를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에 도전할 수 없고, 무역국가를 포기하면 미국에 도전할 능력을 잃게 된다. 결국 미·중 패권 경쟁은 둘 중 어느 나라가 이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어느 선에서 중국에 대한 공세를 멈출지가 문제라고 저자는 보고 있다.

분열의 시기를 끝내고 미국은 새롭게 다시 시작할 것이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세워놓은 헌법에 기초한 통합의 정신이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 2028년 무렵 기술관료 계층에 맞서 백인 산업노동자 계층이 주도하는 연합세력이 형성되고 이들을 정치적 기반으로 당선되는 대통령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안보와 번영은 세계체제와 무관할 수 없다. 세계체제를 지배하는 미국의 현실과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배영대 학술전문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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