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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할 승률이면 가을야구? 올해는 꿈도 꾸지 마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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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달 13일 롯데전에서 홈을 파고드는 NC 양의지. 현재까지는 선두 NC부터 7위 롯데까지 가을 야구 참여 가능성이 열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3일 롯데전에서 홈을 파고드는 NC 양의지. 현재까지는 선두 NC부터 7위 롯데까지 가을 야구 참여 가능성이 열려 있다. [연합뉴스]

올 시즌 프로야구 KBO리그는 극심한 ‘승률 인플레이션’이다. 16일 기준으로 1위 NC 다이노스부터 7위 롯데 자이언츠까지, 7개 팀이나 승률이 5할대다. 대개 5할대 승률이면 포스트 시즌의 문턱인 5위 안에 들었다. 팀당 144경기 체제가 된 2015~18년 ‘승률 5할=5강’이란 공식이 예외 없이 성립했다. 지난해 KT 위즈가 승률 5할(71승 2무 71패)에 6위로 탈락한 게 유일한 예외였다. 올해는 그보다 더 심한 예외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승률 인플레이션 극심 KBO리그 #1위 NC부터 7위 롯데까지 5할대 #절대강자 없고 절대약자만 두 팀 #팀 당 5~10경기 남을 때쯤 윤곽

승률 인플레이션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절대적인 ‘1강’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올 시즌 초반, NC가 한동안 1강으로 군림했다. 2위와도 꽤 격차가 컸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고, 투수진의 위력이 떨어지면서 지는 날이 늘었다. 지난 15일 원정경기에서 두산 베어스에 3-7로 져 6할 승률도 깨졌다. 2위 키움 히어로즈가 승차 1경기 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NC와 3위 LG 트윈스와 승차는 3경기, 4위 두산, 5위 KT 위즈와의 승차는 4경기다.

최근 10경기만 놓고 보면 NC는 4승1무5패다. 하락세가 완연하다. 좌완 에이스 구창모 복귀는 기약 없이 미뤄졌다. 이동욱 NC 감독은 “(구창모가) 늦어도 10월 초에는 1군에 돌아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귀가 계속 미뤄진 터라 더 지켜봐야 한다. 간판타자 나성범은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다. 다음 달 초에나 돌아온다. 투타 주축이 빠진 상황. 2위 키움부터 5위 KT까지 1위 자리를 넘본다. 이들의 맹추격을 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순위 다툼이 치열하다 보니 상위권 팀 감독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해당 팀 팬들도 감독 전술과 선수 기용에 불만을 터뜨리는 일이 잦다. 키움의 경우 1위로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 몇 번 있었는데, NC가 질 때 같이 지다 보니 ‘다 차려놓은 1위 상을 받아먹지 못한다’고 비판받는다. 손혁 키움 감독은 시즌 초보다 말수가 줄었다. 지난해 통합 우승한 두산은 올 시즌에는 4위까지 떨어졌다. 2016년부터 정규리그 1~2위만 해봤던 김태형 두산 감독에게도 힘든 시즌이다. 김 감독은 “매 경기 중요하고, 매 경기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부터 9위 SK 와이번스와 10위 한화 이글스가 최하위권으로 처졌다. 이 역시 다른 팀 승률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이다. SK는 지난달 28일부터 9일까지 11경기 연속으로 졌다. 그 기간 NC, LG, KT, 두산, 키움 등 5위 안에 있는 팀들이 SK한테 이겼다. SK는 10일 한화를 5-1로 물리치면서 11연패를 탈출했다. SK와 한화가 서로의 맞대결에서만 치고받을 뿐, 상위 팀에게 계속 질 경우 승률 인플레이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SK가 상대 전적에서 앞선 유일한 팀이 한화(11승1무4패)다. 한화는 8위 삼성 라이온즈에만 6승1무5패로 우위일 뿐, 다른 8개 팀을 상대로는 매우 약했다. 자칫 KBO리그 39년 사상 첫 시즌 100패 팀 탄생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으로 24패를 더하면 100패다. 한화는 올 시즌 이미 18연패로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와 더불어 KBO리그 최다 연패 타이기록을 남겼다. 또 다른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 될지 모른다.

뒤집어 보면, 이런 SK, 한화를 만나 이기지 못하는 팀은 언제든 순위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압박감이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12~13일 SK 원정 2경기에서 진 뒤에 잠을 못 잤다”고 털어놨다. 롯데는 5위 싸움이 한창이다. 5위 KT와 4경기, 6위 KIA 타이거즈와 1.5경기 차다. 5강 진입을 목표로 남은 40여 경기의 시나리오를 나름대로 구상했을 허 감독으로선, SK에게 맞은 일격은 뼈아팠을 것이다. 허 감독은 “아마도 5강의 윤곽은 팀당 5~10경기 남았을 때, 구체적으로 드러날 거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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