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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정훈 ‘1호 기본소득법’ 발의…“전국민 매달 30만원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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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의원은 16일 전 국민에게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내용의 기본소득법을 발의했다. 지난 6월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본격화한 지 3개월만에 발의된 '1호 기본소득 법안'이다. [중앙포토]

조정훈 의원은 16일 전 국민에게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내용의 기본소득법을 발의했다. 지난 6월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본격화한 지 3개월만에 발의된 '1호 기본소득 법안'이다. [중앙포토]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16일 아무 조건 없이 전 국민에게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내용의 기본소득법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6월 김종인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빵 먹을 자유”를 언급하며 정치권의 기본소득 논의가 본격화한 지 3개월 만이다. 조 의원은 법안에서 법안에서 “인공지능, 자동화 기술의 발달, 양극화의 심화로 다수의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기본소득 지급 금액과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기본소득위원회를 설치하자는 게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다만 기본소득위원회의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거나 지금 금액 등을 둘러싼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지급 시기와 지금 금액 하한선도 정했다. 2022년부터 최소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2029년엔 지급 금액을 최소 월 50만원 이상으로 인상하자는 내용이다. 기본소득 지급 금액의 인상·인하 폭에 대해선 “연 10%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그 범위를 정해 기본소득위원회가 정한다”고 명시했다. 지난 6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연구와 논의의 틀을 만들자는 취지의 법안을 내긴 했지만 도입 시점과 지급 금액을 못박은 법안을 낸 건 조 의원이 처음이다.

기본소득 논의의 핵심 쟁점인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선 기본소득 특별회계를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현재 정부가 거둬들이는 지방세 등에서 일정 부분을 떼어내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는 형태다. 만일 재원이 부족할 경우엔 국회 의결을 통해 부족분을 장기 차입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도 마련했다. 조 의원은 “기본소득제가 시행될 경우 그 효과가 중복되는 선별복지 제도나 조세 감면제도는 단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쟁점화한 '기본소득'…여당 동의 얻어낼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더 급한 분들께 더 빨리, 더 두텁게 도움을 드리는 것이 이론상 맞다. 저의 신념이다"라며 선별 지급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더 급한 분들께 더 빨리, 더 두텁게 도움을 드리는 것이 이론상 맞다. 저의 신념이다"라며 선별 지급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조 의원이 발의한 기본소득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전망은 밝지 않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차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선별 지원가 나의 신념”이라는 입장을 밝힌 뒤 거여 내부의 기본소득 논의는 탄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선별 복지를 강조한 이 대표의 발언이 기본소득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중으로 읽혀서다. 스스로를 ‘기본소득 확신범’이라 소개하며 지난 5월부터 기본소득법을 준비해 왔던 소병훈 의원 역시 법안 발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의 이같은 기류는 조 의원이 공동발의 정족수(10명)를 채우는 데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조 의원은 지난 4일 법안을 완성한 뒤 동료 의원 299명에게 공동발의 협조 보냈으나 열흘 넘게 협조를 얻어내지 못하다가 가까스로 정족수를 채웠다. 조 의원 측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이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 때문인지 여당 의원들이 공동발의에 참여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의원안의 공동발의자로는 14명이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소속 이수진(비례)·김승원·허영·이규민·김민석·김남국·이동주·서영석·유정주·양이원영·민형배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 양정숙 무소속 의원 등이다.

기본소득론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10~11알 기본소득 박람회를 열었다. 이 지사는 박람회 개회사를 통해 "기본소득은 새 시대의 대안이자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기본소득론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10~11알 기본소득 박람회를 열었다. 이 지사는 박람회 개회사를 통해 "기본소득은 새 시대의 대안이자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이낙연 대표와 대권 경쟁 관계에 놓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 소득’을 자신의 핵심 정책 어젠더로 내세운 것도 법안 통과에는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 지사는 지난 10~11일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를 열고 “기본소득은 새 시대의 대안이자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다. 코로나 위기는 역설적으로 기본소득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기본소득 드라이브를 가속하고 있지만 이를 보는 당 주류의 시선을 싸늘한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하는 것만으로도 자칫 ‘이재명계’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어 모두가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코로나19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재원 마련 방안이 핵심 쟁점이었듯이 기본소득 법안 논의 과정에서도 재원 마련 방식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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