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로서 버틴 음주운전자 때문에…23살 단짝 친구 억울하게 숨졌다

지난 12일 방영된 MBC '실화탐사대'의 한 장면. 사진은 십년지기 단짝친구가 탄 차량이 지난 7월 22일 밤10시40분쯤 인천 남동구 제3경인고속도로에서 2차 사고로 인해 불길에 휩싸이는 모습. [사진 MBC '실화탐사대' 방송 캡쳐]

음주운전 차량이 고속도로에서 접촉사고를 낸 뒤 갓길에 정차하지 않고 버티는 바람에 십년지기 단짝 친구가 동시에 숨지는 안타까운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실화탐사대’는 지난 12일 십년지기 친구 두 명이 사망한 교통사고의 전말을 전했다.

실화탐사대에 따르면 23살 동갑내기였던 이들은 지난 7월 22일 밤 10시 40분쯤 인천 남동구 제3경인고속도로를 달리던 도중 갑자기 차를 세웠다. 1차로에 다른 차량이 정차해 있었기 때문이다.

사고 차량을 피해 차로를 변경하려던 순간 시속 80㎞로 뒤따라오던 차량이 이들이 탄 차를 들이받으며 2차 사고가 발생했다. 폭발음과 함께 순식간에 차량에 불이 붙었고 결국 전소했다. 십년지기 단짝 친구 두 명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방송에 따르면 당시 1차로에 정차해 있던 운전자 A씨는 앞서 다른 차와 접촉사고가 났음에도 갓길에 차를 대지 않고 그 자리에 정차해 있었다. 유족들은 "1차로 운전자가 그런 행동만 안 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A씨는 고속도로 순찰대원들이 갓길로 차를 빼달라고 요청했지만 끝까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사고 차량과 레커 차를 포함한 차량 5대가 30분간 1차로에 방치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당시 음주 운전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A씨가 접촉사고 직후 갓길로 이동하지 않은 건 보험사의 지시 때문이었던 사실도 추가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행법상 A씨와 보험사는 숨진 이들에 대해서는 직접적 책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1차 사고와 2차 사고가 별개로 취급되어서다.

A씨는 유족들에게 사고 직후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방송 제작진이 그에게 전화를 하자 “조사 중이라 할 말이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