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부정맥 검사, 1~3일론 부족 10일 이상 연속 측정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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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호 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노태호 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부정맥은 ‘심장박동이 정상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심장박동이 너무 빠르거나, 늦거나, 불규칙적으로 뛰는 증상이 부정맥에 해당한다. 심장이 조금 달리 뛴다고 해서 뭐가 그리 문제겠나 싶지만, 부정맥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혈압이 떨어져 뇌에 산소 공급이 줄면서 어지럽거나 기절할 수 있고, 급성 심정지 혹은 심장 돌연사로 연결될 수도 있다. 당장 위급하진 않더라도 뇌졸중의 위험을 5배나 높이기도 한다.

전문의 칼럼 노태호 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부정맥의 진단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종류에 따라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진단의 기초가 되는 표준 12유도 심전도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표준 12유도 심전도로 심장 리듬을 측정하는 시간은 10초에 불과하다. 즉 병원에서 심전도를 측정하는 10초 사이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부정맥임을 알 수 없다. 답답한 일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검사법이 ‘홀터 검사’다. 홀터 검사는 24시간 연속 환자의 일상생활 속 심장 리듬을 모니터링한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두 차례, 혹은 음주나 심한 운동 시에만 나타나는 부정맥은 24시간 홀터 검사로도 진단이 불가능하다.

 미국에서는 2011년부터 패치형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로 만든 홀터를 이용해 10일 이상의 ‘장기 연속 측정 심전도 검사’가 새롭게 인정받는 방법으로 등장했다. 배터리 교체나 충전·샤워 등의 이유로 중단하지 않고 검사 기간의 모든 심전도를 측정하고 기록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 연구에서 장기 연속 측정 심전도 검사로 10일 이상 연속 검사했을 때 환자의 96% 이상에서 부정맥 증상을 진단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돼 유용성을 크게 인정받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경량화·소형화된 국산 패치형 홀터 기기가 여럿 개발됐다. 국내에서 개발된 제품 대부분이 3일 정도 사용 가능하지만, 10일 이상 장기 연속 측정이 가능한 제품도 선보여 심장 전문의는 물론 부정맥 환자에게도 기대가 크다.

 현재 24시간만 가능한 홀터 검사에 ‘장기 연속 측정’이 도입된다면 진단이 어려운 부정맥 환자들이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일찍 치료받아 심장 건강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의학적 근거가 명확하며 예방 효과로 장기적인 의료비 절감이 가능한 이런 선진적 검사 방법이 신속하게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환자에게 도움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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