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주기 연구의 노벨의학상 수상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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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노벨의학상은 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에 작용하는 유전자와 단백질을 규명, 암의 원인 규명과 치료법 개발의 길을 튼 미국과 영국의 의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상선정위원회는 8일 미국의 릴런드 H. 하트웰(61)과 영국의 R. 티모시 헌트(58), 폴 M.너스(52) 등 3명이 세포주기(Cell Cycle)의 핵심 조절인자를 발견한 공로로 올해 노벨의학상을 공동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밝혀낸 것은 효모와 식물, 동물, 인간 등 모든 진핵생물(eukaryotic organisms)의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세포분열 과정 즉 세포주기(G1-S-G2-M)를 제어하는 유전자와 단백질을 밝혀낸 것으로 세포생물학의 기초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세포주기의 조절에 이상이 생기면 세포가 분열을 멈추지 않고 무한정 분열하는 암 세포 같은 염색체 변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발견은 종양 진단은 물론 새로운 암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세포주기에는 세포 핵에 있는 유전물질인 염색체가 2배로 복제된 뒤 반씩 갈라져 딸세포로 전달되기 때문에 이들의 연구는 유전학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노벨상선정위원회는 "수상자들은 세포 분열과정을 단계별로 분자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발견을 했다"며 "이 연구는 세포주기의 조절과정을 밝혀내는 생물학과 의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포주기는 한 세포가 한 번 분열한 뒤부터 다음 핵분열할 때까지를 이르는 말로 세포가 성장하는 DNA합성전기(G1)와 다음 핵분열을 위해 DNA가 만들어지는 DNA합성기(S), DNA합성이 끝나고 세포분열을 준비하는 DNA합성후기(G2), 염색체가 분리되면서 2개의 딸세포로 갈라지는 핵분열기(M) 등으로 나뉜다.

하트웰은 1960년대 말부터 제빵용 효모 실험에서 세포주기에 100여 가지의 세포분열주기(CDC)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특히 CDC28이라는 유전자가 세포주기의 첫 단계인 G1기부터 S기 사이를 제어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너스는 하트웰의 연구를 토대로 다른 종류의 효모와 유전연구 기법으로 `cdc2'라는 유전자가 G2기부터 M기까지를 제어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또 1987년에는 인체에서 효모의 cdc2 유전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CDK1(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제 1)을 분리하는데 성공했으며 이 유전자가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제라는 단백질의 암호를 담고 있음도 알아냈다.

헌트는 1980년대 초 세포 분열 주기에 만들어졌다가 분해돼 없어지는 단백질인 사이클린(Cyclin) 분자를 최초로 발견했으며 사이클린이 CDK 분자와 결합해 CDK의 활성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들의 발견은 세포의 염색체가 안정성을 잃고 암세포로 변하는 과정을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특히 CDK 분자와 사이클린 등이 p53과 Rb 등 종양억제유전자에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를 이용한 암치료법의 개발도 진행중이다.

노벨상 선정위원회는 "대부분의 생의학 연구 분야가 이들의 이룩한 연구성과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이들의 연구는 많은 다른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립암센터 화학요법센터의 박영석 박사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암세포의 활성을 선택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것도 이들의 발견한 세포주기 조절물질에 대한 추가 연구가 이뤄지면서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의 연구는 암을 퇴치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신약개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가"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서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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