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전문의 이진수 박사 "암환자 임상약 투여 허용해야"

중앙일보

입력

세계 최고 수준의 폐암 전문의로 알려진 국립암센터 병원장 이진수 박사(51)가 암환자들에게 임상단계의 치료약을 자율적으로 투여할수 있도록 허용해줄 것을 당국에 요청,귀추가 주목된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 박사는 암환자들에게 임상단계의 치료약을 신속히 투여할 수 있도록 암센터를 임상시험 특례기관으로 지정해달라고 복지부에 공식 요청했다.

이 박사는 건의문에서 국내 실정법에 규정된 절차대로 임상시험을 거쳐 치료약을 투여할 경우 진행속도가 빠른 암환자의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신속한 투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행 약사법에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신약 임상시험 자체가 금지돼 있는데다 암센터가 추진하고 있는 임상적 투약이 사실상 치료의 목적을 띠고 있어, 정부가 이를 수용할 경우 국내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상당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발효된 개정 약사법은 신약의 임상시험 계획에 대해 반드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어긴 의료인 등은 3년 이하 징역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른 의료기관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할 때 암센터에만 특례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말기암 환자를 응급상황으로 간주해 임상시험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은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의료인들의 열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임상단계의 약을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가 뒤따를 수도 있다"면서 "제반 여건을 신중히 검토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이진수 박사는 세계 최고의 암전문 병원으로 평가되고 있는 미국 텍사스의대 MD앤더슨 암센터에서 흉부내과과장으로 재직하다 최근 암센터 병원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지난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폐암에 걸렸을 때 주치의를 맡아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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