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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손해 1000만원 넘는데 생색만 내려는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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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대전시 노래방 업주 90여명이 10일 대전시청에서 집회를 열고 영업중단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20일까지 연장된 집합금지 명령을 1주일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노래방 업주 90여명이 10일 대전시청에서 집회를 열고 영업중단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20일까지 연장된 집합금지 명령을 1주일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0만원 지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부터 풀어달라.”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에 반응 싸늘 #규모 구분없는 일괄지원도 반발 #노래방·PC방 매출 90% 넘게 빠져 #집합금지 업종 69% “폐업 고려” #“금지 풀면 지원금 반납” 하소연

서울 공덕동에서 해산물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4)씨는 10일 소상공인 긴급재난지원금 소식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5단계 조치로 지난 2주 동안 본 손해만 따져도 1000만원이 넘을 텐데, 한 달 임대료도 안 되는 돈 좀 쥐여준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냐, 도와줬다는 생색만 내려는 정책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코로나19로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3조2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현장 분위기는 이처럼 싸늘했다.

우선 사업장의 규모와 업종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 지급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같은 건물에서도 식당 규모나 층별 위치에 따라 임대료가 천차만별인데 고정비가 월 1000만원 넘는 가게와 200만원밖에 안 되는 소규모 점포가 같은 금액을 지원받는 건 부당하다”며 “차라리 정부가 나서서 임대료를 중재 또는 감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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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과 코인노래방 등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업종은 가게 문을 열 수 없어 임대료, 대출 이자 등 고정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중심가의 규모가 큰 PC방의 경우 월 임대료가 2400만원에 달한다. 최윤식 PC방협회 이사장은 “집합금지명령을 당장 풀어주면 받는 재난지원금 200만원을 국가에 다시 드리겠다”며 “음식점 영업은 허용하고 칸막이가 설치돼 감염 위험성이 낮은 PC방은 금지명령을 내린 건 보여주기식 행정”이고 말했다. PC방협회에 따르면 매일 30여곳의 PC방이 폐업하고 있다. 김태림 코인노래연습장협회 사무국장도 “코인노래방을 고위험시설로 구분한 지표도 정부가 속 시원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고위험시설 해제와 집합금지명령 기간을 조속해 풀어 달라는 게 협회의 요구”라고 말했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노래방과 PC방 등 여가시설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에 그쳤다. 수도권은 이보다도 낮은 3%에 불과하다.

서울 여의도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모(46) 사장은 지난달 30일부터 2주째 가게 문을 닫고 쿠팡이츠에서 배달대행 아르바이트 중이다. 박 사장은 “더는 버틸 수 없어 권리금을 낮춰 가게를 내놓았다”며 “당분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알바천국이 기업회원 23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59%가 2.5단계 조치 이후로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들 중 11%는 실제로 폐업했다. 특히 집합금지 대상인 12종 고위험시설의 경우 폐업 고려 비율이 69%에 달했다.

줄어드는 소상공인 매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줄어드는 소상공인 매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2개 주요 골목상권 업종을 대표하는 협회와 조합을 대상으로 경영 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 하반기 손에 쥐는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42%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하반기 중에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가 한 번이라도 시행될 경우 순익은 52.6%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프로사진협회 관계자는 “상반기는 졸업이나 입학·결혼·가정의 달로 사진촬영 수요가 많을 때인데 올해는 씨가 말랐다”며 “타격을 넘어 업계가 초토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상품권으로 사진촬영 결제도 가능하게 한다든지 다양한 소상공인 대책이 고민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정부 지원책으로는 ‘내수확대와 수요촉진제도 도입’(42.8%)을 꼽았다. 이는 ‘자금 지원’(25%)보다 월등히 높은 답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골목상권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며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긴급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결국은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총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정원·이소아·강기헌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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