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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해임땐 윌키가 후임? 트럼프 백악관서 '비공식 면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경질될 경우 후임으로 거론되는 로버트 윌키 보훈장관. [AP=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경질될 경우 후임으로 거론되는 로버트 윌키 보훈장관.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경질할 경우 후임 후보 중 한 명으로 로버트 윌키 보훈장관을 검토하고 있다고 NBC뉴스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스퍼 잇단 항명에 경질설 돌아 #11월 대선 전 가능성 낮지만 대안 부상 #미군 묘지 참배 안 간 것 변명하면서 #"군인들한데 인기 많지만 고위 관료는 싫어해" #"폭탄·비행기 제조업체 만족하도록 전쟁"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백악관에서 윌키 장관을 만나 직접 논의했고, 백악관 고위 관리들도 그를 만났다고 익명의 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차기 국방장관 후보에 대해 백악관이 비공식 면접을 진행한 셈이다.

윌키 장관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끄는 백악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일원으로 일하면서 대통령과 측근들의 눈에 띄었다고 한다. 그는 상원 인준을 이미 받았기 때문에 만약 에스퍼 장관이 경질되면 후임으로 임명하기 수월하다는 점도 고려사항이라고 NBC는 전했다.

에스퍼 장관은 최근 잇따른 항명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으면서 해임 가능성이 거론됐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6월 초 에스퍼 장관의 교체 가능성을 묻는 말에 "(대통령께서) 에스퍼 장관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여러분이 가장 먼저 알게 될 것"이라고 답해 경질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에스퍼 장관 거취에 대한 질문에 "모든 사람에 대한 해임을 늘 검토한다. 언젠가 그런 일이 벌어질 테니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예스퍼'를 말하는 거냐. 어떤 사람들은 그를 '예스퍼'라고 부르는데, 나는 그와 잘 지낸다"며 조롱했다. 취임 초기 대통령 말에 늘 동조하는 예스맨이란 의미로 예(Yes)에 그의 성 에스퍼(Esper)를 조합해 만든 별명이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6월 흑인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격화했을 때 군을 동원해 진압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7월엔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온 남부 연합기의 미군 시설 내 게양을 금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를 지워서는 안 된다며 남부연합기 사용에 찬성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잦은 마찰을 빚으면서 경질설에 시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잦은 마찰을 빚으면서 경질설에 시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는 11월 3일 대통령 선거 이전까지는 에스퍼 장관 거취에 변동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관계자들은 에스퍼 장관을 선거 전에 경질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측근들이 선거 후까지 기다리라고 만류했음에도 그 전에 수뇌부가 교체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윌키 장관 카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직후 에스퍼 장관을 곧장 해임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주는 것이라고 NBC는 분석했다.

윌키는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인 제임스 매티스 밑에서 인사차관을 지냈다. 도널드 럼즈펠드와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들과도 함께 일한 경력이 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노동절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국방부 고위 관료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나는 군인들한테는 인기가 많지만, 고위 관리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폭탄을 만들고 비행기를 만드는 기업들이 계속해서 만족할 수 있도록 전쟁을 치르고자 한다"고 비판했다.

2018년 프랑스 방문 당시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묘지를 참배하지 않고 전사자들을 "패배자"와 "호구"로 부르며 모욕 줬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과정에서 국방부 고위 관리와 일반 군인들을 갈라치기한 것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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