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뜨거운 바다가 '괴물' 만들었다…"추석쯤 태풍 등장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10호 태풍 '하이선'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7일 오전 경남 거제시 문동동 한 아파트 앞 절개지가 무너져 주차차량을 덮쳤다. 거제시

제10호 태풍 '하이선'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7일 오전 경남 거제시 문동동 한 아파트 앞 절개지가 무너져 주차차량을 덮쳤다. 거제시

강력한 위력을 가진 이른바 ‘슈퍼 태풍’이 한반도를 연속으로 강타하면서 벌써 다음 태풍인 ‘노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 영향을 준 태풍은 총 4개다. 가장 먼저 지난달 10일 제5호 태풍 ‘장미(JANGMI)’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다. 강도는 ‘중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약한 태풍이었다.

하지만 8호 태풍 ‘바비(BAVI)’에서부터 9호 태풍 ‘마이삭(MAYSAK)’, 10호 태풍 ‘하이선(HAISHEN)’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세력을 가진 태풍 3개가 연이어 한반도를 덮쳤다.

여름~가을 월별 태풍 발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여름~가을 월별 태풍 발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태풍의 강도는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10분 평균)에 따라 단계별로 분류하는데 바비와 마이삭은 강도가 ‘매우강’ 수준에 이를 정도로 강한 태풍이었다. 특히 하이선은 최대풍속이 한때 55m/s를 기록해, 올해 새롭게 신설된 ‘초강력’ 기준(54m/s)에 처음으로 도달한 태풍으로 기록됐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30도 이상 수온이 높은 해역이 제주도 인근까지 넓게 퍼지면서 태풍이 이동 중에 더운 바닷물에서 발생하는 수증기에서 에너지를 얻으면서 세력을 키웠다”며 “3개 태풍 모두 가까운 시기에 만들어졌고 비슷한 기압배치가 진행되면서 모두 우리나라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1980~2019년 북서태평양 7~8월 해수면 온도 편차. 기상청

1980~2019년 북서태평양 7~8월 해수면 온도 편차. 기상청

실제로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태풍의 강도는 점점 세지는 추세다. 국가태풍센터가 최근 10년간(2009~2018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의 강도를 분석한 결과, ‘매우 강(44m/s 이상)’ 발생 빈도가 50%를 차지했다. 최근 강한 태풍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태풍위원회(Typhoon Committee)에서도 전체적으로 태풍의 발생 수는 줄겠지만, 강한 태풍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태풍 노을 조짐 없어 “추석쯤 발생할 듯”

위성으로 본 구름 모습. 현재로써는 태풍 발생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기상청

위성으로 본 구름 모습. 현재로써는 태풍 발생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기상청

다음 태풍인 ‘노을’의 경우 현재로써는 발생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윤 통보관은 “현재로써는 태풍이 발생할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이라며 “발생한 이후에 위치와 강도에 따라 우리나라 영향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다음 태풍은 추석을 전후해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높은 수온 때문에 태풍이 발달할 조건은 갖췄지만, 태풍이 발생할 수 있는 씨앗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태풍의 발생 시기가 점점 늦어지는 만큼 추석 이후부터 10월까지 1~2개의 가을 태풍이 국내에 추가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남아 있다. 태풍은 1년에 25개 정도 만들어지는데 올해는 아직 10개밖에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은 “태풍이 만들어지려면 팽이를 돌리듯 구름을 회전시켜주는 힘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대기패턴이 보이지 않는다”며 “추석쯤에 태풍이 한두개 정도 더 생길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