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천리안2A호 위성으로 본 태풍 하이선의 모습. 태풍의 눈이 뚜렷하게 보인다. 기상청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태풍의 눈이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강하게 발달했다. 하이선이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일 기상 당국이 태풍의 경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하이선은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약 900㎞ 부근 해상에서 시속 20㎞의 속도로 서북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35hPa, 강풍반경은 400㎞, 최대풍속은 초속 49m로 ‘매우강’ 수준으로 발달했다.
태풍 ‘하이선’ 예상 진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이선은 7일 새벽 서귀포 동쪽 해상을 지나 낮에 남해안 부근에 상륙한 뒤 한반도를 남에서 북으로 가로질러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현재 태풍 하이선은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고수온역에서 태풍 눈이 보일 정도로 매우 강하게 발달했다”며 “7일 남해안에 상륙하는 게 현재 시점에서 가장 높은 확률 중 하나의 경로”라고 말했다.
“초속 80m 발달…신칸센에서 얼굴 내미는 수준”
일본 기상청의 태풍 하이선 예상 진로. 일본 기상청
앞서 하이선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일본은 비상이 걸렸다. 하이선이 일본 오키나와(沖繩) 동쪽을 지나는 5일부터 ‘초강력급 태풍’에 육박할 정도로 가장 강하게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 기상청 역시 한국 기상청과 비슷한 경로로 하이선이 이동할 것으로 예보했다. 하이선이 강한 세력을 유지한 상태로 일본 규슈(九州)섬 서쪽인 가고시마(鹿兒島) 앞바다를 지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오키나와 지방에서 5∼6일, 규슈에는 6∼7일 폭풍이 몰아치고 경보급 호우가 쏟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6일 오전 3시 오키나와 본섬 남동쪽에 있는 다이토(大東) 열도를 지날 때는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초속 55ｍ,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80ｍ까지 상승하는 등 초강력급 태풍으로 성장할 것으로 일본 기상청은 내다봤다. 민영 방송 TV 아사히(朝日)는 초속 80ｍ는 시속 288㎞로 “신칸센(新幹線)에서 얼굴을 내밀고 바람을 맞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일본 열도로 휘면 세력 약해질 듯
한국의 경우 6일부터 제주도가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다만 태풍의 경로가 일본을 어떤 길로 지나느냐에 따라 한국으로 오는 경로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로써는 하이선이 남해안에 상륙해 한반도를 관통할 가능성이 크지만, 태풍이 오른쪽으로 휘어서 일본 열도를 지난다면 세력도 약해지고 경로 역시 동해안 쪽으로 더 치우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통보관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해 태풍이 일본 열도를 지난다면 육지와 마찰력으로 세력이 약해지면서 편서풍을 타고 더 동쪽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태풍의 강도가 커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이 영향을 받고 동쪽 지방은 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