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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치켜세운 文에···의사들 "이간질 시작됐다" 부글부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시겠습니까?”

文 대통령, 페이스북에 올린 글 논란 확산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페이스북에서 간호사를 특정해 노고를 치하하자 의사들이 “편 가르기다. 이간질이 시작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 중이다. 상당수 의사는 이를 공유하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오후 글을 올려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며 그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료를 위해 고생한 의료진이 대부분 간호사였다고도 썼다. 문 대통령은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의 마음을 울렸다”며 “의료진이라고 표현됐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라고도 적었다.

그러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 누적 기준 코로나 이후 방역 최전선에 뛰어든 자원 의료인력은 의사 1790명, 간호사·간호조무사 1563명, 임상병리사 등 기타인력 466명 등이다.  의사가 가장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격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격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전임의는 “오전에 (정부가) 대화하자고 해놓고 오후엔 대통령이 대놓고 편 가르기 하고 있다”며 “협의 얘기가 오가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발언은 의사들 파업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피는 것밖에 안 된다”라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한 간부는 “현장에서는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있다. 약 올리는 듯한 뉘앙스로 받아들인 의사도 있다. 집행부에서도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분위기가 바뀌었고 긍정적으로 얘기해서 협상문이 코앞에 보이는 상황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는 “간호사분들도 고생하셨지만,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의사 직역은 아무 것도 안 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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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한간호협회 등 간호계에서 성명서 등으로 의사 파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현장 복귀를 호소했는데, 이런 것과 맞물려 의료계 분열을 유도하는 것 아니냔 얘기까지 나온다. 실제 SNS나 의사 커뮤니티에선 “이간질한다” “내 편 네 편 부채질 좀 그만하라” “이이제이(以夷制夷) 시작이다” 등의 반응이 쏟아진다.

간호사들마저도 문재인 대통령의 글에 불편함을 보이고 있다. 그간 간호협회와 달리 의사 파업을 지지해온 젊은간호사회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간호사 노고를 알아주심에 감사하다”면서도 “의료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면 현재 있는 의료인력부터 확실히 지켜달라”고 꼬집었다.

젊은간호사회가 페이스북에 2일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젊은간호사회가 페이스북에 2일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그러면서 “열악한 근무, 가중된 근무환경, 감정노동이 (쌓인 것이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라며 “게다가 간호사들의 어려움을 줄이는 방법은 간호대 증원, 지역간호사제가 아니다. 간호협회가 아닌 진짜 간호사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의사의 빈자리를 지키는 간호사를 독려하기 위한 취지라는 점을 고려해도 의료계가 정부와의 협상을 전제로 합의안 마련에 착수한 상황에서 이런 게시글이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화 국면을 맞은 정부와 의료계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앞서 지난 1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제로 상태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해 양측 대화 물꼬가 트였었다. 의료계는 3일 정부와 협상하기 위해 단일 합의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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