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심장' 한달 시한부 예상깨고 50일 넘겼다

중앙일보

입력

"제 심장은 더이상 뛰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 가슴 속에서 '윙'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낍니다. "

지난달 초 세계 최초로 충전식 인공심장을 이식받은 미국인 로버트 툴스(59)가 수술 후 50일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언론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 21일 건강한 모습으로 입원 중인 미 켄터키주 루이빌의 유대병원에서 화상(畵像)기자회견을 했다.

툴스는 지난달 3일 티타늄과 플라스틱 펌프로 만들어진 충전식 인공심장 '아비오코르' 를 이식받았다.

아비오코르는 피부를 뚫고 전선을 연결할 필요없이 몸에 착용하는 전원팩을 통해 인공심장의 내부 건전지로 전기가 공급되고 충전도 가능하다.

수술 당시 의료진은 그가 인공심장을 이식받더라도 한달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진단했으나 툴스는 그런 예상을 보란듯 깨버렸다. 50일 동안 빠른 속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수술 전 숨이 차 6초 이상 걷지 못했던 그가 지금은 혼자 30m 이상 걸을 수 있게 됐다.

TV에 비친 툴스의 모습은 기관(汽管)절개 수술을 함께 받은 탓에 바람빠지는 목소리가 섞인 점과 야윈 점을 빼면 대체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의료진은 "조금만 더 요양하면 퇴원하게 될 것이며 이대로라면 조만간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받을 수 있을 만큼 건강을 회복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받으면 살 수 있는 환자도 마땅한 기증 장기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인공심장의 등장으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식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

툴스는 "수술 전 내겐 그대로 있다 죽음을 맞는 것과, 인공심장 이식수술을 받는 두가지 선택이 있었다" 며 "살기 위해선 다른 선택이 없었기에 수술을 받기로 했다" 고 회고했다.

그는 무게 9㎏의 인공심장을 "내 몸속에 들어온 이물질 중 가장 큰 것" 이라고 표현하며 "다소 무겁다는 점을 빼곤 아무 불편도 없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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