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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영상 올린 '여행에미치다' 조준기, 그는 청년 신화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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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여행에미치다' 행사에 한국관광공사가 여행주간 사업으로 참여한 사실을 알려주는 행사장 안내판. [사진 네이버 블로그 캡처]

2018년 '여행에미치다' 행사에 한국관광공사가 여행주간 사업으로 참여한 사실을 알려주는 행사장 안내판. [사진 네이버 블로그 캡처]

‘여행에미치다’는 국내 최대 여행 플랫폼이다.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여행 콘텐트를 제작하는 미디어 채널로, 30일 현재 200만 명의 페이스북 팔로워, 118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41만 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발랄한 감각의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최근 5년 사이 국내외 레저 업계 홍보 콘텐트를 다수 생산했다. 특히 한국관광공사(사장 안영배)를 비롯한 정부의 국내관광 홍보 사업에 수의 계약 형식으로 여러 차례 참여했다.

가장 최근 정부 사업에 등장한 사례는 8월 10일 ‘안전한 국내여행 문화 확산을 위한 SNS 라이브방송’이다. 이 방송에서 여행 분야 전문가로 관광공사 민경석 본부장과 ‘여행에미치다’ 조준기 대표가 출연했다. 관련 영상은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채널 ‘한국관광공사TV’에서 다시 볼 수 있다고 돼 있었으나, 30일 오후 현재 콘텐트는 삭제된 상태다.

한국관광공사의 2017년 우수 앱공모전 수상작 홍보 게시물. '여행에미치다'가 제작했다. [사진 '여행에미치다' 페이스북 캡처]

한국관광공사의 2017년 우수 앱공모전 수상작 홍보 게시물. '여행에미치다'가 제작했다. [사진 '여행에미치다' 페이스북 캡처]

‘여행에미치다’는 특히 문체부·관광공사의 대표적인 국내여행 활성화 사업인 ‘여행주간’ 홍보·마케팅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다. 2017년 봄 여행주간이 끝난 뒤 관광공사는 “페이스북 채널 ‘여행에미치다’와 합작하여 소개한 여행주간 특집 콘텐트가 국내여행 관심 확산 효과가 높았다”는 보도자료를 내보낸 바 있으며, 2018년 3월에는 ‘여행에미치다’가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여행자의 밤’ 행사를 여행주간 사업으로 공동 진행하기도 했다. ‘여행에미치다’가 ‘잡코리아’에 공개한 기업정보에도 ‘국내 여행-관광 프로모션 콘텐츠 우수 사례’ 맨 위에 관광공사의 여행주간 프로모션 공동진행이 올라와 있다. 부산관광공사, 서울시청, 어촌어항협회 등도 ‘여행에미치다’와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해외 관광청 서울 사무소와 국내 레저기업도 ‘여행에미치다’의 주 고객이었다. 민간 업체여서 실명은 안 밝히나, 포털 사이트에서 잠깐 검색만 해도 대여섯 개 관광청과 서너 개 국내 레저 기업이 ‘여행에미치다’와 공동 사업을 했다고 나온다. 레저 업계에 알려진 ‘여행에미치다’의 건당 콘텐트 제작 비용은 2000만∼5000만원이다. 이 비용에는 ‘여행에미치다’의 SNS 채널을 통한 홍보 마케팅 비용도 포함돼 있다. 한국관광공사 박재석 홍보실장은 “관광공사의 여러 부서가 ‘여행에미치다’와 사업을 진행해 정확한 사업 현황과 예산 지급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여행에미치다' 조준기 대표. [사진 조준기 인스타그램]

'여행에미치다' 조준기 대표. [사진 조준기 인스타그램]

조 대표는 레저 업계에서 ‘청년 신화’로 통했다.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4년 페이스북에 ‘여행에미치다’ 페이지를 개설했고, 페이스북 페이지는 개설 3년 만에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로 거듭났다. 이 성공 신화를 믿고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한 관광 당국이 예산을 줬고, 정부 파트너라는 배경을 믿고 기업·지자체가 조 대표와 손을 잡았다. 음란 영상물이 올라왔던 ‘여행에미치다’ 인스타그램 계정은 30일 오후 현재 팔로워가 6만 명 이상이 이탈했다. 바로 이 채널을 통해 ‘관광 한국’의 이미지가 퍼졌다.
 손민호·백종현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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