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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세계여행] 거꾸로 가는 세상에서 ‘거꾸로 산행’의 추억을 떠올리다

중앙일보

입력

호주 카리지니 국립공원   

오스트레일리아, 그러니까 호주를 여행할 때는 종종 이상한 나라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유럽이나 미주로 갈 때와 비행 시간은 비슷한데, 시차는 한국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대신 계절은 정반대지요. 우리가 여름을 살면, 호주 사람은 겨울을 삽니다.

호주 대륙 북서쪽 아웃백(Outback·오지)에 카리지니(Karigini)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서울 면적의 열 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평원입니다. 우뚝 솟은 산이 없어 평원이라 썼지만, 산행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곳입니다. 다만 산행의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사진처럼 깎아지른 협곡을 100m 넘게 내려갔다 올라와야 합니다. 옛날 어느 선승이 “오르지 않고 내려올 생각부터 하느냐” 일갈했다지만, 고지(Gorge)라 불리는 카리지니 협곡에선 먼저 내려가야 올라올 수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것 같은 요즘입니다. 사람들이 얼굴을 가리고, 꽃이 피어도 좋아하지 못합니다.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고, 상인은 가게 문을 닫습니다. 반가울수록 멀리하고, 좋을수록 떨어져야 합니다.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오래전 ‘거꾸로 산행’의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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