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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부모들 "우리애 돌잔치 축제로 꾸밀래요"

중앙일보

입력

돌잔치가 달라지고 있다. 요즘 젊은 엄마들에겐 한끼 식사를 대접하는 것으로 끝나는 돌잔치가 성에 차지 않는다.

각종 아이디어를 동원해 평생 기억될 재미있고 신나는 돌잔치를 만들려는 게 요즘 젊은 부모들의 새 풍속도다.

지난달 21일 손미란(28.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사랑스런 아들 호영이의 돌잔치를 치렀다. 이날 호영이네 가족은 한복이나 양복을 입지 않았다.

대신 호영이가 환하게 웃는 사진이 프린트된 반팔 T셔츠를 입었다.

"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한복을 입는 건 아이나 어른이나 못할 노릇이다. 차라리 간편한 옷을 입고 기분좋게 시간을 즐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는 게 손씨의 말이다.

이날 행사장 입구에 세워진 커다란 메모판도 눈길을 끌었다. 메모판엔 호영이가 태어났을 때, 처음 기었을 때 등 지난 1년 동안 찍은 사진을 붙여놨다. 호영이 아빠의 옛날 돌사진도 함께 붙였다.

축하객들을 더욱 즐겁게 했던 것은 호영이의 돌잡이 시간. 실.연필.돈 외에 컴퓨터용 마우스와 공이 새로 등장했다. 이중 택일해서 미리 응모권을 넣었던 손님들 모두는 호기심 속에 돌잡이를 지켜봤다.

호영이는 공을 잡았고 '공' 이라고 써있는 통에 응모권을 넣어 당첨된 호영이의 초등학생 친척 누나와 호영 아빠의 동료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선물인 도서상품권을 받았다.

호영 아빠의 회사 동료인 남편 때문에 그 자리에 참석했던 최영진(30.안양시 동안구 달안동)씨는 "아기나 아기의 엄마.아빠를 잘 몰라서 밥만 먹고 오려고 했는데 축제같은 분위기에 젖어 끝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 고 말한다.

수빈 엄마 장은남(31.서울 광진구 구의동)씨는 수빈이의 사진과 혈액형.별자리.띠 설명을 붙인 메모판과 함께 '수빈에게 덕담 한마디' 라는 코너를 마련했다. 덕담이 씌어 있는 종이는 아이의 앨범에 꽂아뒀다. 나중에 커서도 자신의 돌잔치를 추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조금이라도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돌잔치를 만드려는 엄마들의 열기는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육아 포털 사이트 '해오름' (www.hae

orum.com)에는 아예 '백일 및 돌잔치' 라는 코너가 마련돼 돌잔치 준비 과정과 노하우, 각종 이벤트 아이디어들이 교환된다.

이와 함께 돌.백일잔치의 감사장.풍선 장식.초대장을 만들어 주는 사이트들도 생겨났다.

손님들이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돌잔치를 즐겁게 하는 포인트다.

지난달 21일 돌잔치를 치른 석훈이 엄마 박지현(30.경기도 안산시 성포동)씨는 돌잔치에 온 꼬마 손님들을 위해 아기 침대를 빌렸다. 기저귀를 갈아줄 곳이 없어 당황하는 모습이나 지친 아기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또 테이블마다 '석훈 친가' '석훈 외가' '엄마 친구' '아빠 친구' 등 명찰을 붙여 늦게 온 손님이 잘 모르는 그룹에 끼어 어색하게 식사하는 경우가 없었다.

지난달 21일 돌잔치를 했던 찬희 엄마 이미영(33.경기도 분당구 금곡동)씨는 직접 만든 풍선 장식으로 돌잔치에 온 꼬마 손님들을 사로잡았다.

지난달 29일 현민이의 돌잔치를 한 최소은(31.서울 마포구 연남동)씨는 작은 케이크 상자에 돌떡과 감사장을 넣어 손님들에게 나눠줬다.

최씨는 "1백원짜리 엽서에 감사의 말을 프린트한 간단한 감사장이었는데도 손님들이 너무 좋아했다" 며 "준비는 조금 힘들었지만 적은 비용으로 즐거운 잔치를 치러낸 것이 뿌듯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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