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DC "검사 기준 완화" 논란 커지자 한발 물러섰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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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자와 접촉했어도 증상이 없으면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지침을 완화해 논란이 됐던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오른쪽)이 지난달 미 의회 청문회장에서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감염자와 접촉했어도 증상이 없으면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지침을 완화해 논란이 됐던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오른쪽)이 지난달 미 의회 청문회장에서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검사 대상자를 축소하겠다고 했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한 발 물러섰지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USA투데이 등은 "CDC가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 명의로 '감염자와 접촉했으면 증상이 없어도 검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침을 다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CDC는 홈페이지상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과 가까이 접촉한 모든 사람"을 검사대상으로 규정해 놨었다.
그러다 지난 24일 돌연 이 기준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과 15분 이상 가까이(6피트 이내) 접촉했더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검사를 꼭 받을 필요 없다"고 고쳤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내 확진자 숫자를 줄이려는 꼼수라는 비난이 이어지자 CDC는 이를 명확히 하는 지침을 다시 내놨다.
"감염자나 감염이 의심된 사람을 접촉했으면 증상이 없어도 검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사실상 말을 바꾼 것이다.
그동안 감염자와 접촉을 했으면 증상 여부에 관계없이선제적인 검사를 해야 널리 퍼지는 걸 막을 수 있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가 동의하는 내용이었다.
미국에선 감염자 가운데 무증상인 경우가 40% 정도며 이들 역시 전파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위기 상황에서 대중에게 신뢰를 심어주려면 소통이 중요한데 (CDC가) 극도로 부실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앞서 전문가들의 섣부르다는 지적 속에서도 혈장치료를 긴급승인한 미 식품의약국(FDA) 스티븐 한 국장도 함께 언급했다.
그러면서 "공공 보건을 수호해야 할 이들이 오히려 트럼프에게 모욕을 자초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CDC는 지침을 바꾼 뒤 논란이 되자 각 책임자와 논의해 결정한 내용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책임자 중 한 명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26일(현지시간) 방송에 출연해 이를 부인했다.
자신은 다른 치료를 받기 위해 수술실에서 전신마취를 한 상태였으며 새로운 검사 지침을 논의하는 데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사람들이 이 지침을 어떻게 해석할지 걱정된다"면서 "무증상자에 의한 전파는 큰 걱정거리가 아니라는 틀린 생각을 심어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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