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스 타격 7관왕 안 돼”…만만찮은 추격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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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KT 로하스

KT 로하스

프로야구 KT 위즈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30)는 명실상부한 전반기 최고 타자다.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에서 1위를 달렸다. 2010년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이후 10년 만에 ‘타격 7관왕’이 탄생할 걸로 기대됐다. 지난달까지 타율 0.387, 홈런 25개, 65타점. 출루율(0.443)과 장타율(0.746)을 합친 OPS는 1.189였다. 가공할 위력을 뽐냈다.

이달 들어 주춤하자 맹추월 #두산 페르난데스 세 부문 선두로 #김하성·김현수·나성범도 경쟁자

이달 들어 변수가 생겼다. 로하스는 26일까지 월간 타율 0.238로 이 기간 리그 45위에 그쳤다. 홈런(6개)과 타점(19점)도 월간 공동 4위로 주춤했다. 특히 11~22일 열린 10경기에선 타율 0.136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이 기간 장타는 홈런과 2루타 1개씩이 전부. 삼진은 12개나 당했다.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던 로하스답지 않았다.

두산 페르난데스

두산 페르난데스

그 사이 경쟁자 여럿이 치고 올라왔다. 로하스가 선두를 달린 7개 부문 중 네 자리의 1위 얼굴이 바뀌었다. 타율, 최다안타, 출루율 1위는 두산 베어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가져갔다. 로하스는 타율 2위, 최다안타 4위, 출루율 7위로 밀려났다. 득점 부문에선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이 1위로 올라섰다. 김하성은 로하스가 7개 부문을 ‘집권’한 이후, 처음으로 1위 자리를 가져간 국내 타자다.

키움 김하성

키움 김하성

부진이 마냥 길어지는 건 아니다. 로하스도 서서히 슬럼프를 탈출하고 있다. 23일 수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시즌 30호 홈런을 때렸다. 올 시즌 30홈런 고지에 선착했다. 24일에도 NC를 상대로 이틀 연속 홈런을 쳐 확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중심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홈런과 타점, 장타율 역시 여전히 선두다. 이강철 KT 감독은 “로하스의 컨디션이 한동안 좋지 않았다. 부담이 컸던 것 같다. 뒤에 좋은 타자들이 있어, 믿고 기다리면 스스로 이겨낼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다만 2위권 타자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홈런은 LG 트윈스 로베르토 라모스(28개)가 바짝 뒤따라 붙었다. 지난달까지 둘의 격차는 6개였는데, 이제 3개 차로 좁혀졌다. 홈런왕은 4번 타자가 가장 차지하고 싶어하는 타이틀이다. 로하스가 고삐를 죌 시점이다. 올해 최고 외국인 타자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타격 5개 부문 5위 안에 이름을 올린 페르난데스까지 삼각 경쟁 구도다.

LG 김현수

LG 김현수

타점은 LG 김현수가 가장 강력한 추격자다. 80타점으로, 84타점의 로하스를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라모스의 KT와 김현수의 LG는 현재 4, 5위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다.

NC 나성범

NC 나성범

타점 타이틀 경쟁은 ‘팀 성적’이라는 대의까지 걸린 경쟁인 셈이다. NC 나성범도 국내 대표 거포답게 전방위로 로하스를 위협한다. 장타율(0.628)은 로하스에 이어 2위이고, 홈런(25개), 타점(78점), 득점(74점)도 모두 3위다. 몰아친다면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역전 가능권에 들어 있다.

KT는 ‘모범 외국인’ 로하스를 애지중지한다. 가능한 한 로하스가 많은 트로피를 품에 안고 팀과 함께 웃기를 바란다. 이 감독은 “로하스가 많이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100%는 아니다. 시즌 초반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볼넷이 줄었다는 거다. 로하스가 타격왕이나 홈런왕에 오르려면, 지금보다 더 인내심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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