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다… 가로등 꺼!" 감전사고 과잉대처

중앙일보

입력

인천의 일부 거리가 29일 암흑천지로 밤을 보냈다.

감전사고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구청측이 가로등을 안 켰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역에 전날 밤부터 최고 2백㎜ 가까운 폭우가 쏟아지면서 내린 조치다. 지난 15일 폭우 때 예상 못한 감전사를 경험하며 아파했던 시 당국이 '점등 금지령' 을 발동한 것.

동구 수문통 일대와 계양구 작전2동 등 22곳의 2백20여개가 대상이 됐다. 때문에 일대를 지나는 시민들과 차량들은 이틀 동안 내려붓는 빗물과 어둠 속에서 큰 불편을 겪었다. 시와 구청에는 항의전화도 잇따랐다.

한 구청 관계자는 "지난번 사고 후 아직 누전차단기를 설치하지 못해 사고 가능성이 여전하다" 며 "시 재해대책본부의 지시에 따라 전원을 내렸다" 고 말했다.

앞서 이날 새벽에는 서울시도 물이 들어찬 구로 지하차도의 전등을 오전 5시에 일찌감치 꺼버렸다. 같은 시간 인천시내 모든 가로등도 꺼졌다.

평소의 소등시간(맑은 날 오전 6시, 비 올 때 7시 무렵)보다 한시간 이상 앞당긴 것.

두 도시의 구청들은 가로등 점검을 위해서도 빗속에서 바삐 움직였다. '관재(官災)' 라는 지난 15일의 비판을 의식한 듯 28일 오후 호우주의보가 내려지자 많게는 20~30명씩 가로등 누전점검반을 짜 심야 점검작전을 폈다.

하지만 자치단체들의 이런 부산한 응급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근본 대책이 못 된다" 고 지적했다.

가로등 전원을 내리면 가로등 누전은 막을 수 있어도 가로등에 전력을 분배하는 분전반 전선 피복이 벗겨져 있으면 누전 방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의 한 관계자는 "8, 9월 태풍 때의 집중호우에 대비해 노상 전기시설의 안전을 서둘러 총점검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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