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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오일' 엑손모빌 다우 퇴출···증동도 태양광 대거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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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엑손모빌.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 24일(현지시간) 퇴출 결정이 났다. 실제 퇴출은 31일 이뤄진다. AP=연합뉴스

굿바이 엑손모빌.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 24일(현지시간) 퇴출 결정이 났다. 실제 퇴출은 31일 이뤄진다. AP=연합뉴스

92년만의 퇴장. 미국의 대표 석유 기업 엑손모빌이 24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에서 퇴출당했다. 사상 첫 시가총액 2조 달러의 고지를 밟은 애플의 액면분할에 따라 종목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유탄을 맞은 것이다. '굿바이 오일'의 시대의 막이 올랐다.

엑손모빌은 한때 미국 주식시장과 기업의 선두 주자였다. 2013년에는 시가총액이 4150억 달러(약 492조 원)를 기록하며 세계 최대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2014년의 시총은 4460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유가 하락과 대체 에너지의 등장 등으로 인해 엑손모빌의 몸집과 위상은 쪼그라들었다. 25일 현재 시총은 172억 달러 수준이다. 한창 잘 나가던 때의 3.85% 수준이다.

몸집과 위상이 약화하며 다우지수에서 엑손모빌의 설 자리는 좁아졌다. '블루칩 클럽'으로 불리는 다우지수는 기업의 규모와 신용도, 성장 지속성과 산업 내 대표성 등을 고려해 추린 30개 기업만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CNN비즈니스가 “엑손은 주식 시장의 사생아 처지가 됐다”고 표현할 정도다. 이제 다우지수에 남은 에너지 기업은 셰브론 하나뿐이다.

격세지감이라 할 만한 엑손모빌의 쓸쓸한 퇴장은 특정 기업의 몰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에너지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CFRA 리서치의 에너지 담당 애널리스트인 스튜어트 글리크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부문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며 “엑손의 퇴출은 그런 변화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sector weight.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sector weight.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에너지 시장에 부는 변화의 물결은 빠르고 거세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하면서 각국은 화석연료에서 탈피하는 기조를 밟고 있다. 투자자들도 전통적인 에너지 기업과 거리를 두고 있다.

주식시장의 비중으로만 살펴봐도 석유를 중심으로 한 기존 에너지 부문에 힘을 잃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우존스 및 S&P500 지수의 분야별 점유율 1위는 단연 정보기술 분야(다우존스 27.63%, S&P500 28.17%)다. 에너지는 11개 분야 중 8위(다우존스 3.14%, S&P500 2.46%)에 불과하다.

서밋 글로벌 투자사의 맷 한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와의 인터뷰에서 “세계가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이용을 줄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며 기존 에너지 기업들은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못 된다”고 말했다.

화려한 과거. 러시아 인근에서 석유 시추 중인 엑손 모빌. 로이터=연합뉴스

화려한 과거. 러시아 인근에서 석유 시추 중인 엑손 모빌. 로이터=연합뉴스

석유와의 거리 두기가 시작되며 중동의 산유국도 이미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은 최근 태양광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의 주요 프로젝트는 태양광 발전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아부다비 정부는 태양광 에너지 프로젝트에 전 세계 최저 수준의 관세를 매기는 특혜를 부여했다.

사우디의 태양광 발전 산업에 뛰어든 건 다름 아닌 손정의의 소프트뱅크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고 태양광을 중심으로 하는 재생에너지로 경제 구조를 개편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중동이 태양광 등 그린 에너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6일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에서 목격된 일식. EPA=연합뉴스

중동이 태양광 등 그린 에너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6일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에서 목격된 일식. EPA=연합뉴스

오만ㆍ쿠웨이트ㆍ카타르 등도 태양광 에너지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렇게 중동 지역에서 생산되는 태양광 에너지는 하루 9기가와트(gw)에 달한다고 한다. 10년 전 불과 91메가와트였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성장 속도다.

사우디의 재생에너지 기업인 ACWA 파워의 패디 패드마나탄은 이코노미스트에 “우리 중동엔 석유뿐 아니라 하늘이 주신 쨍쨍한 태양과 강력한 바람이 있다”며 “공짜인 이 원자재를 이용해 돈을 벌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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