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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감독 로만 폴란스키, 아카데미 제명 철회 소송 패소

중앙일보

입력

 최근 아카데미 회원 영구 제명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 사진은 2017년 자신의 영화 '실화: 숨겨진 비밀'로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모습니다. [AP=연합뉴스]

최근 아카데미 회원 영구 제명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 사진은 2017년 자신의 영화 '실화: 숨겨진 비밀'로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모습니다. [AP=연합뉴스]

13세 소녀 성폭행 혐의로 40여년간 도피생활을 해온 유명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87)가 이에 자신을 영구 제명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를 상대로 제명 철회 요구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 40여년 도피 영화감독 #아카데미 영구 제명 철회 요구…美소송서 패소

25일(현지시간) 미국 LA 고등법원은 아카데미의 폴란스키 제명 결정은 정당한 절차로 이뤄졌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로이터‧버라이어티 등 외신이 보도했다.

프랑스 국적 방패삼아 작품 활동 

‘차이나타운’ ‘로즈마리의 아기’ 등을 연출한 이 유대계 폴란드 출생 감독은 1977년 영화배우 잭 니컬슨의 할리우드 집에서 사진 작업 중 모델인 13세 소녀에게 술 등을 먹여 강간한 혐의로 체포되는 등 미국과 유럽에서 수차례 성범죄 전력으로 도피생활을 이어왔다. 이후 미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없는 프랑스 국적을 취득, 이를 보호막 삼아 파리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2002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제2차 세계대전 영화 ‘피아니스트’로 이듬해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도 체포 우려로 LA에서 열린 시상식엔 불참했다.

와인스타인·코스비 이어 영구 제명

아카데미 시상식을 관장하는 미국 아카데미측은 ‘미투’ 운동이 거세던 2018년 5월, 코미디언 빌 코스비(현재 성폭력 혐의로 수감 중)와 함께 폴란스키 감독의 회원 자격을 영구 박탈했다. “이사회는 구성원들이 인간 존엄성에 대한 아카데미 가치를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윤리적 표준을 장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다. 강간‧성폭행 유죄판결로 23년형을 선고받은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을 2017년 영구 추방한 데 이어서다.

올해 2월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 각색상을 받은 프랑스 세자르영화제 시상식 밖에선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2월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 각색상을 받은 프랑스 세자르영화제 시상식 밖에선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폴란스키는 2019년 아카데미가 공정한 절차 없이 자신을 제명했다고 소송했다. 그러나 미국 법정의 판단은 달랐다.

美 법정, 제명 절차 문제 없었다 

25일 현지 연예매체 ‘데드라인’에 따르면, LA 고등법원판사 매리 H 스트로벨은 판결에서 “폴란스키 감독이 자신의 유죄 판결과 도망자 지위에 비추어 아카데미 회원으로 남아있어야 할지에 대한 이사회 고려사항과 관련있다고 생각되는 증거를 제시할 기회를 제공받았다”고 했다. 또 아카데미 제명 결정이 “자의적이지 않았고 재량권을 남용하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아카데미는 성명을 통해 “법원이 폴란스키에 대한 제명 절차가 공정하고 합리적이었다고 확인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폴란스키 변호사측은 데드라인에 “감독이 지금 당장 항소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폴란스키 감싸기' 프랑스 바뀔까  

이번 판결은 르몽드 등 프랑스 현지 언론도 주시했다. 세자르시상식 등 프랑스 영화계는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폴란스키를 ‘자국 감독’이라 감싸며 수차례 트로피를 안겼다. 올 2월 그의 새 영화 '나는 고발한다'(J’Accuse!)에 감독‧각색‧의상상 3관왕을 안긴 세자르영화제 시상식 당시에도 규탄 시위와 함께 여성 배우가 항의 의미로 퇴장하기도 했다. 정작 폴란스키 본인은 시상식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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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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