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생명보전 "교회가 앞장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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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의·평화·창조질서의 보전을 위한 세계대회」가 세계교회협의회 (WCC) 주최로 내년3월 서울에서 열린다. 이 대회에는 소련 등 공산권을 비롯한 WCC가맹 1백34개국 3백4O여 교파의 대표들이 참석한다.
이 대회를 위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KNCC)는 한국준비위원회(위원장 김성수 성공회주교)를 구성, 준비에 착수하고있다.
준비위원회 신학분과위원회는 11월3, 4일 이틀간 기독교1백주년 기념관에서 정의. 평화·창조보전의 의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세미나를 갖는다.
세미나에서는 정의문제·창조보전·평화문제에 대한 발제와 질의응답이 있을 예정이다.
「지금 세계에서는 1분마다 1천8백만 달러가 군사비로 소진되고 있고 1시간마다 1천5백 명의 어린이가 기아로 숨지고있다. 또 생태계에서는 하루에 1종씩이 사라지고있다」.
WCC의 최근 보고서는 이같이 밝히면서 평화와 생명을 위협하는 악한 세력들에 대해 교회가 일치 단결하여 대응하자고 호소하고 정의 ·평화·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세계교회운동을 펼쳐나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세계 에큐메니컬 운동사에서 중요한 한 획을 긋게 될 정의·평화·창조질서 보전 세계대회(JPIC세계대회)의 내년 서울 개최는 지난 83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WCC총회에서 결정됐다.
4천5백 명이 참가한 밴쿠버 총회에서 극소수 권력자들의 강권정치아래 고통받는 사람들, 피부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는 사람들의 참상이 증언되었다. 또 핵무기에 대한 공포와 전쟁의 위협, 문명의 진보라는 미명아래 자연자원이 고갈되고 동식물이 멸종되어 가는 생명파괴 현상도 고발되었다.
총회는 그때까지 교회의 한 부분이나 교회소속 특수운동 체가 정의·평화·생명보전을 위해 노력해왔던 단계에서 세계 전체교회가 「죽음의 세력」에 대항하는 「생명의 세력」을 결집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데 뜻을 모았다.
총회는 이 운동을 교리적 차원에까지 끌어 리고 일시적인 운동이 아닌 지속적 운동도 펼쳐나가기로 했다.
한국이 첫 JPIC세계대회 개최 국이 된 것은 분단으로 해서 전쟁의 위협이 상존하고 평화가 위태로운 상태에 있으며 창조질서의 파괴가 일어나고 있는 지역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한국의 교회가 그 동안 민중교회운동·민권운동 등으로 저항하여 왔다는 사실도 인정되었다.
한국준비위원회는 서울에서 열리는 정의·평화·창조질서 보전 세계대회에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청년·여성·평신도 단체들도 포함시켜 사전협의를 통해 의제를 만들고 한국적 상황에 대한 대회의 문건·선언도 기초해나갈 예정이다. 또 공해문제 등에 대한 자료 전시 등 대회를 전후한 행사들도 계획하고 있다.
내년 대회에서는 강대국 중심의 핵과 군사력에 의한 세계지배, 자원분배에서의 세계적 불균형 등에 대한 제3세계 교회들의 발언이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교회의 대회참가문제는 WCC에 의해 신중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교회는 지난달 일본 동경에서 있은 남북한 교역자 모임에서 내년 2월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총회에 대표를 파견하겠다고 밝혔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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